휘쇼는 매너남이었다. 휘쇼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어느 음식점에 가던 간에 쿠폰을 가지고 갔을때면 멤버십 카드로 추가할인이나 적립이 되는지 아예 묻지도 않는 선비였다.

어느날 휘쇼는 모든 사람에게 예의바른 휘쇼가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예의를 갖추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애인이 없은지 1년 8개월. 휘쇼는 건강한 성생활을 마지막으로 즐긴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전립선에게 미안해진 휘쇼는 지마켓에서 딜도 「친절한 금자지」 와 전립선 건강보조제인 소팔메토를 같이 주문했다. 휘쇼는 일정한 선을 지킬 줄 아는 선비였기에 금자지 1호 -큐티사이즈였다- 로 주문했다.

휘쇼의 두통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휘쇼는 금자지가 어떻게 배송될지도 너무 궁금했고 언제 택배가 오는지도 너무 궁금했다. 휘쇼는 문명의 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러다이트여서 모든 물건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져보고 쇼핑했다. 하지만 배우인 휘쇼의 이미지가 있지, 대놓고 가서 친절한 금자지 1호를 사올 순 없는 것이었다. 택배의 원리를 모르는 휘쇼는 출고준비중으로 상태가 바뀌자 말 그대로 덜덜덜덜 떨기 시작했다. 낮잠을 잠시 잤는데 유리택배 안에 친절한 금자지가 전시품처럼 세팅되어 휘쇼네 집앞 우체통 옆에 남근상처럼 세워지는 꿈을 꿀 정도였다.

휘쇼는 견디다 못해 동생 제임스에게 전화를 했다.


"제임스. 나야. 뭐해?"

"일하는 중이야. 급한 일이야?"

"응. 제임스. 내가... 좀..... 음... 정부 기밀과 비슷한.. 좀 예민한... 어떤.. 특정... 물건을 .. 전자상거래로... 주문했어.."

"정말? 인터넷 쇼핑을 했다고? 네가? 놀라운데? 그런데?"

"그게 어떻게, 언제 배달되는지 알고싶어. 어떻게 해야 하지?"

"판매자에게 물어봐! 네가 물건을 산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판매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곳이 있을거야. 거기다가 질문을 하면 판매자가 답장을 써줄거고. "


아.... 판매자라는게 있었구나. 역시 전자상거래 안에도 사람이 살아 숨쉬고 있었어. 휘쇼는 냉혹한 자본주의 정글 안에서 작은 인간성을 맛본 기분이었다. 휘쇼는 조심조심 지마켓에 들어갔고 판매자에게 문의하기를 눌렀다. 그리고 상품페이지를 모두 뒤져 판매자의 이름을 알아낸 후 예의를 갖춰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미스터 다아시. 저는 당신의 상품 '친절한 금…」


휘쇼는 벌써 막혔다.

초면에 자지라고 쓰면 너무 예의없는거 아닐까?

그런데 자지는 맞잖아? 그러니까 내말은, 그자지가 리얼자지는 아니고 페이크자지라도 어쨌건 상품명이 자지잖아?

 

어쩌지?

어쩌면 좋지?

이런 시발?

 

애초에 내가 무슨 대단한 홍콩 씩이나 가겠다고 이걸 주문했지?

 

휘쇼는 울고 싶었다.

 

 

 

 

***

 

 

 

 

휘쇼는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약 네시간을 매달린 끝에 아름답고 예의바른 질문을 쓸 수 있었다. 그 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친애하는 미스터 다아시. 저는 당신이 통신판매하시는 특정 제품(금색으로 빛나는 '그것')을 구매했습니다. 먼저 이런 제품을 판매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귀하가 없었더라면 전 3단진동이 가능하고 취향에 따라 꺾어 비틀어서 약간의 굴절된 상태로도 이용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물건을 구입할 수 없었을 거에요.
미스터 다아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작은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오.. 다아시씨를 믿지 못하는건 절대 아니란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군요. 다아시씨. 오해는 하지 마시고.. 이번이 제 처녀구매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물건의 배달은 어떻게 이루어 지나요? 전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택배는 어떻게 배달되죠?

시간을 뺏어서 미안해요.

제임스 휘쇼로부터」

 

딜도전문멀티샵 딜도나라의 사장 다아시는 새로 올라온 판매자 문의글을 읽고 간단히 매뉴얼을 복붙해서 답글을 달았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우체국 택배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휘쇼는 다시금 망연해졌다. 그리고는 이번엔  빠르게 글을 썼다.


「미스터 다아시. 답변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궁금한건 그런게 아니었어요. 아니 아니, 우체국 택배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그 사실에 기쁘긴 했지만, 그러니까 제 말은.. 택배가 저에게 어떻게 배달되는 거죠?


제임스 휘쇼」


다아시는 그제서야 눈치를 챘다.


「 사랑합니다 고객님^^* 택배는 아무도 속 내용물을 짐작할 수 없게 잘 봉해져서 갈거구요 겉포장에는 식품으로 표기되어 나갑니다」


휘쇼는 이제서야 진정할수가 있었다. 휘쇼는 감사인사를 했고 그날 저녁에 바로 친절한 금자지를 두 손에 쥘 수 있었다. 큐티사이즈라더니 거짓말이었다. 휘쇼는 두 손에 가득 잡힌 길고 굵은 것에 말을 잃었다. 마치 바주카포와도 같은 금자지는 생각보다 불투명했고 또 생각보다 너무 푹신푹신했다. 이런게... 물자지라는 거겠지..? 그러나 뜻밖의 물자지에 당황한 휘쇼를 더욱 난감하게 한 것은 금자지의 표면에 우둘두둘하게 돋아있는 수많은 돌기들이었다.


'이걸 대체.. 이렇게 흉악한 물건은 본 적이 없어..'

환공포증이 생길 것 같았다. 휘쇼는 께름칙한 표정으로 금자지의 돌기를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자 돌기가 뽁 하고 터져버렸다. 놀란 휘쇼는 혹시 폭발하는건 아닐까 하고 덜덜 떨며 금자지를 정원 화단 위에 박아놓고 신문지로 덮은 후 패닉상태로 판매자 질문글을 작성했다.


「미슷더다아시 이게;;;;;무슨일;;외이아이에요;;;;;; 미늣더다아시 저는ㄹ시금 위험ㅁ에 빠쳤습니다 그건 므로 당신으 의 금자지 때문이죠 금자지 표ㅗ면의 불투멍한 뽀킹 요철들이! 저는ㄴ 돌기 옵션을 선택가지 않아쑤니 이건 분ㅗ명ㅇ 다아시씨릐 독닥적인 서비스겠군요!!!! 퐄!퐄!퐄! 누르면 뽁!하고 폭하라할하는 그 폭킹 돌기들 말이에요! 그런ㄱ건 전 원하지이낳어요! ㅅ사실 당신은 MI6인가곻? 내가 q역할스을 맡아사 불만이 있왔고 그날 내 오ㅣ이.. 패드를 해깅해서 사실 나애게 폭탄을 포낸건가요? 오 이런 세상ㅇ애 이제 알겄어요! 이제 알겠어!

그래! 당시니이 내게 보낸 ㅡ금자지는 사람의 사이츠ㄱ아니었어! 그건 사라마용이 ㅅ아니야. 그건 인도코끼리 용이라구. 게이인도코끼리가 아닌 이상 누구도 작은 미사일만ㅁ한 그것을 차마 삶입ㅇ하지 못할거야. 게이 인도코낄이가 아니라면 시카고 황소 정도? 그것도 경험이 아주 만ㅇ은 게이 황소의 경우어어ㅁ나 만좃할거야. 당신 ㄴ내가 죽앙서도 복수할거야! 내가 미쳤지 내팘자에 무슨 홍콩이라고....」


다아시는 새롭게 뜬 글을 보고 당황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다아시는 공포와 슬픔, 그리고 비난과 한탄과 자책이 700자 안에 모두 들어있는 휘쇼의 글을 몇번이고 계속 읽었으나 도무지 왜 이러는지 알수가 없었다. 다아시는 답글을 달았다.


「고객님 전화 연락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빛의 속도로 답글이 달렸다.


「천ㅇ하번호 몰라ㅇㅛ」


다아시는 한숨을 쉬고 답글을 달았다.


「제가 지금 전화 드리겠습니다.」

 

"여보세..."


"흑ㅇ윽흑흑 어쩔거에요.."

 

미친놈일거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건 다아시는 상대편의 목소리가 생각 외로 너무 좋아서 할 말을 잃었다. 우느라 코를 찡찡거리면서도 완벽한 영국 표준 발음을 구사하는 제임스 휘쇼-입금자및 배송지 주소엔 벤 휘쇼라고 되어 있었지만-의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아시는 왠지 마음이 약해졌다.


"제임스씨. 죄송하지만.. 다시 물건을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폭탄을 팔지 않습니다."


"하지만 터졌어요. 터져서... 놀랐어요."


대체 뭐가 터졌단 거야. 다아시는 눈높이를 6세로 낮추고 열심히 달랬다.


"지금 물건은 어디에 있나요?"


"화단에요. 장미나무 옆에.."


"그리로 가보세요. 일단."


"터지면 어쩌죠?"


"만약 폭탄이라면 제가 터지지 않게 해드리죠. 전 사실 FBI에요. 은퇴해서 영국으로 온거죠. 폭탄해체쯤은 껌이거든요."


설득하다 지친 다아시가 아무 개드립이나 쳤다. 놀랍게도 그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대문 여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제 앞이에요."


"그 돌기들이 어떻게 생겼죠?"


"반투명하고... 푹신푹신해요. 그리고 크레페처럼 얇은 것들이 둘둘 감겨 있는 모양이에요."


다아시는 순간 뭔가를 깨달았다.


"고객님 그거 혹시 뽁뽁이 아닌가요?"


"퐄퐄이요?"


"................."


"...!"

 


 

 

***

 

 

 

 

 

 


휘쇼는 전화 너머의 다아시가 시키는 대로 친절한 금자지에 둘러진 뽁뽁이를 풀었다. 그러자 마침내 작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바텀 인도코끼리 전용 같게 크지도 않은 적당한 금색 딜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휘쇼는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다. 차라리 정말 폭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쪽팔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휘쇼는 다아시에게 왜 폭탄을 넣어 보내지 않았냐며 따지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다스리며 심호흡을 한 뒤 다아시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정..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아닙니다 고객님. 구매하신 제품에 오해가 있으시면 당연히 풀어드려야죠.”


“잘..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또 쓰시다가 모르시겠거든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네..”

 

휘쇼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친절한 금자지를 쥐고 한참동안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휘쇼는 쪽팔려서 온몸이 다 저릿저릿했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정신승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에 나는 ‘뽁뽁이’라고 대놓고 말해준 것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fuckfuck이’라고 이해했었지. 그래서 아니 제가 아무리 이런 걸 샀다지만 어떻게 초면인 제게, 그것도 고객인 제게 제가 산 상품을 ‘fuckfuck이‘라고 비하하실 수가 있어요? 라고 따질 뻔 했었지. 하지만 나는 말을 아꼈고 그 결과 퐄퐄이라녀!!!! 말씀 조심하세요! 금자지에겐 딜도라는 공.식.명.칭. 이 있어요!! 라고 목놓아 소리 지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어. 그래. 1부터 100까지의 병신레벨이 있다면 나는 오늘 101레벨을 찍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난 76까지밖에 안 갔으니 결과적으로 25레벨만큼을 얻은 거야.

 

그래...!


난 괜찮아..!

 

잃어버린 76레벨 따위는 애초에 계산범위에 넣지도 않았기에 휘쇼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곧 저녁이 되었고 휘쇼는 하루를 알차게 보낸 후 목욕재계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친절한 금자지를 손에 쥐었다. 휘쇼는 설명서에 써있는 것들을 꼼꼼히 읽었다.


* 커스텀 기능 : 안에 관절이 포함되어 있어 살짝 구부리면 약간 굴절됩니다. 취향껏 오른쪽 왼쪽으로 휘어지게 해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 진동기능 : 약-중-강 3가지로 기본적 진동세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랜덤을 누르면 3가지 진동이 랜덤하게 반복됩니다. 익스트림을 누르면 마치 구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진동을 부위별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익스트림 기능을 사용할 시에는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나 사용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주의: 진동기능을 8분 이상 사용하면 과열될 수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싫어하면서도 딜도의 발전에 감탄하던 휘쇼는 취향인 오른쪽으로 약간 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조심스럽게 금자지를 꺾었다. 그리고는 휘쇼가 힘을 거의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휘쇼의 오늘 일진을 반영하듯.. 금자지는 반으로 꺾여버렸다.


“히익..”


휘쇼는 자기 앞에 닥친 불행을 믿을 수가 없었다. 휘쇼는 분명 친절한 금자지를 정말 카인드하게 다뤘을 뿐이었다. 그러나 눈을 씻고 다시 봐도 금자지는 흉물스럽게도 L자로 덜렁거리고 있었다. 이.. 이를 어쩌지.. 반...반만 쓰란 얘기인가... 그러나 애초에 몸생각해서 큐티사이즈로 사겠다며 1호로 산 금자지였다. 반만 쓰기엔 너무 짧았다. 그 때, 엄마의 맥 립스틱 길이만하게 남은 금자지를 보며 허탈해하던 휘쇼의 머릿속에 3시간 전 들었던 다아시의 한마디가 스쳐 지나갔다.


또 쓰시다가 모르시겠거든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또 쓰시다가 모르시겠거든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또 쓰시다가 모르시겠거든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또 쓰시다가 모르시겠거든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또 쓰시다가 모르시겠거든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역시 이런 장사를 많이 해본 사람이었어. 내가 이렇게 또 사고를 칠 줄 알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지금은 밤 아홉시.. 미스터 다아시도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일 텐데. 내가 너무 진상인가? 난 진상이고 싶지 않은데. 매너를 지키고 싶은데..! 휘쇼는 갈등했다. 갈등하던 사이에 십분이 더 지나가서 아홉시 십분이 되었다. 휘쇼는 쏜살같이 흘러간 시간에 놀랐다. 고민할 수록 더욱 진상이 되어가는구나! 휘쇼는 고민하다 9시 반을 넘기는 게 더욱 진상이란 생각에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핸드폰에 남아있는 딜도전문멀티샵 딜도나라의 사무실 번호로 전화를 했다. 휘쇼의 전화는 다아시가 퇴근한 후 비어있는 딜도나라의 사무실로 연결됐고, 전화국을 거쳐 사무실 전화를 자기 핸드폰으로 받을 수 있게 돌려놓은 다아시에게로 꽂혔다.

 

 

 

 

 

 

 

같은 시각, 다아시 또한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막 누운 참이었다. 보름 전 애인과 헤어진 다아시는 침대에 누워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다가 벨소리가 울림과 거의 동시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그..그게..”


그 사람이군. 제임스 휘쇼.


망설이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에 다아시는 왠지 모르게 짜증보다는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고객님. 무슨 일이시죠?”


“저 그게... 제.. 친절한...금...”

 

휘쇼는 아침에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사람에게 자지라고 하는건 좀 예의 없는 일 아닐까? 하지만 제품명이 자지인걸? 리얼자지가 아니라 페이크자지지만 일단 제품명이 친절한 금자지잖아? 하지만 막상 머릿속으로 자지라고 생각하는 거랑 입으로 JAJI라고 발음하는 건 전혀 다른데.. 이를 어쩌지..


결국 휘쇼는 예의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제.. 친절한 금...성...기...가요..”


“네?”


“제 친절한 금..성기요..”

 

다아시는 작게 속삭이듯이 성..기.. 라고 말하는 휘쇼가 웃겨서 죽을 것만 같았다. 다아시는 일부러 못알아듣는 척 휘쇼를 갈궜다.

 

“예? 고객님 뭐라고요? 금성 출판사요? 여긴 금성이 아닙니다. 금성 엘지로 바뀐지 좀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제 친절한 금...남..근이요..”


“예? 뭐라고요?”


“남..근이요..남..근..”

 

 

 

***

 

 

 

 


휘쇼의 목소리는 거의 울것처럼 잦아들어갔다. 다아시는 휘쇼의 목멘 소리를 즐기다가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다. 다아시는 이제 그만 고객만족을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네 고객님. 친절한 금자지 말씀이세요? 진작 말씀을 하시죠.”


“..네... 아무튼 그거요.. 저기.. 제 친절한 금...걔에게 조금 문제가 있는데, 늦은 밤이라 정말 죄송하지만 전화통화를 통해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말씀하세요.”


“제 생각엔 친절한 금...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커스텀 기능을 사용하려고 오른쪽으로 조금, 정말 조금 꺾었을 뿐인데..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정말 세심하게 다뤘어요. 마치 어린 조카의 머리를 묶어줄 때처럼 부드럽고 약하게 만졌는데.. 그만..”


“네 고객님.”


“부러지고 말았어요..!”

 

다아시는 생각했다. 아놔 또..


사실 친절한 금자지는 불량이 꽤 많은 상품이었다. 일본산 금자지의 생산이 딸려 중국산을 받아쓰다 보니 가끔 휘쇼의 경우 같은 불량이 생기곤 했다. 다아시는 하필이면 저 사람에게 중국산 금자지가 갈게 뭐람. 하며 휘쇼를 동정했지만 곧 폐렴 걸린 새처럼 파들파들 떠는 휘쇼의 목소리에 끌(꼴)려서 자기도 모르게 휘쇼에게 껄떡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객님, 정말 조카의 머리를 묶어줄 때처럼 부드럽고 약하게 만지셨나요? 그렇다면 혹시 조카의 머리를 묶어주다가 어린 조카의 목을 꺾으신 경험이 있는게 아니구요?”


“다닫ㄷㄷㄷㄷ다다다ㅏ당연히;;;;; 없죠! 저는 정말 부드럽고 약하게 만졌어요. 두 손을 모두 이용해서 살짝 잡고..”


“일단 상황을 좀 들어보죠.”

 

보이스 포르노. 휘쇼의 억울한 목소리에 다아시는 자기도 모르게 아래에 힘이 들어가는걸 느꼈다.

 

“그러니까 전.. 씻고 나온 다음 조심스럽게 물건을 잡았어요. 왼손으로 끝부분을 잡고 오른 손으로 뿌리부분을 감싼 다음 끝부분을 조심스럽게 엄지로 잡아 문질러서 경도를 가늠하고.. 그리고 시키는 대로 손목에 힘을 줘서 살짝, 정말 살짝 잡았어요.”


“그리구요..?”


“그리고 나서... 뚝 꺾였어요. 마치.. 낫놓고 L자도 모른다의 그 L자처럼..”


“..그게 끝인가요?”


“네..”

 


한참 친절한 금자지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던 다아시는 마치 자기의 것이 반으로 꺾인 것 마냥 불쾌해졌다. 아니 좀 만지다가 꺾이면 어디가 덧나나? 하여튼 메이드 인 차이나란. 다아시는 팍 식은 김에 고객만족을 다시 실현하기로 했다.

 

“고객님. 저희는 7일간 품질보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희쪽으로 착불로 보내주시면 제가 새것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아..아니에요! 이미 너무 친절하셨는데. 그럴수는 없어요!”

 

휘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민폐를 끼치고야 말았어. 나는 진상이야!

 

“아닙니다 고객님. 저희 측에서 충분히 해드려야 할..”


“거기다가 착불이라뇨! 배송비 까지 부담하시다니, 그리고 택배는 시간이 너무 걸릴 텐데! 오, 미스터 다아시. 제게 너무 친절하신건 감사하지만 그러실 필요까진 없어요. 전 정말 미스터 다아시에게 이정도로까지 피해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믿어 주세요.”

 

네.. 정말 그러신 것 같네요..


다아시는 목놓아 사과하는 휘쇼의 말에 본인까지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차라리..! 제가 직접 가져다 드릴게요.”


“예?”


“사무실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세요. 그러지 않으신다면 저는 차라리 교환을 받지 않겠습니다..!”


“아..네..”


“정말 죄송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저는 민폐를 끼치는 진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내일 몰래 사무실에 찾아가 큰 화분 뒤에 제 친절한 금... 을 놓고 오겠습니다.”


“아니 굳이 그러실 것 까진..”


“안녕히 주무세요. 미스터 다아시. 굿나잇!”

 


휘쇼는 전화를 끊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몸을 골뱅이처럼 웅크렸다.


내가 민폐와 진상고객이라니! 내가!


휘쇼는 살면서 이보다 더 끔찍한 하루는 없었다며 자책에 자책을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각, 다아시는 휘쇼의 감정폭발에 휘말려 멍해진 정신줄을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뭐..뭐야 이새끼.. 다아시는 진상고객 공포증이 지나쳐 호구가 되어버린 휘쇼를 생각하며 저정도면 거의 트라우마 수준인데.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일단 내일 온다고 했으니 번호를 저장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에 휘쇼의 번호를 저장했다. 그리고 다아시는 카카오톡에 새로 뜬 친구 1 표시를 보고 설마설마하며 클릭했다가..... 제임스 휘쇼인줄 알았던 벤 휘쇼를 만났다.

 

 

 

 

 

 

 

귀여운데???? 멀쩡한데???


다아시는 휘쇼의 셀카를 보고 놀랐다. 이렇게 멀쩡한 껍데기로 대체 왜???


왜???


왜???


대체 왜 그러고 살지?????

 


다아시는 밤새 휘쇼를 향해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기심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 호기심은 사랑의 첫 단계라더니, 이 뒤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그 말이 정말로 맞는 말이었다.

 

 

 

***

 

 

 

 

"좆됐다.."

 


아침 일찍 일어난 휘쇼가 처음 한 생각이었다. 그깟 딜도. 그깟 친절한 금자지. 지금까지 그런 거 없이도 잘만 살았는데. 내가 미쳤지. 그냥 L자로 뚝 부러졌을 때 전립선의 신이 내게 성역침범을 절대 허락지 않았음을 깨닫고 그냥 짜졌어야 하는건데. 내가 미쳤지. 내가 왜 교환을 받는다고 했을까. 하다못해 직접 가져다 주겠다고 까지 왜 말했을까. 그냥 버리면 되는 건데. 왜. 대체 왜.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휘쇼는 영국 신사 중에서도 대표적인 매너남이었다. 약속을 해놓고 일방적으로 잠수를 하는 건 휘쇼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휘쇼는 유기농 두유에 무가당 뮤즐리를 타먹으며 오늘의 계획을 세웠다. 누가 알아보면 안되니까 차는 가져가지 말고.. 지하철로 이동하고.. 얼굴은 목도리로 둘둘 감고.. 그래. 난 할 수 있을거야. 휘쇼는 뮤즐리를 강철같이 씹으며 의지를 다졌다.


나갈 준비를 마친 휘쇼가 거울 앞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잔뜩 겁먹은 초보 은행강도 내지는 폭탄 테러범의 모습이었다. 긴 목도리로 눈은 제외한 모든 부위를 둘둘 감은 얼굴, 불안하게 떨리는 두 눈, 길이가 짧아서 배에 찬 허리띠가 고대로 다 보이는 빨간 셔츠에 그 위에 걸친 휘쇼의 페이보릿 네이비 가죽자켓 까지.


음... 사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폭탄 테러범이라기 보단 패션 테러리스트에 더 가까웠지만, 어찌됐건 간에. 거울 앞에서 오늘의 전투복장을 점검한 휘쇼는 가지고 있는 가방 중에 가장 단단해 보이는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어제의 뽁뽁이를 다시 금자지에 잘 둘러서 묶은 후 집에 굴러다니던 신문지로 잘 싸서 넣었다.


그러나 가방을 맴과 동시에 휘쇼는 매우 불안해졌다. 혹시 소매치기라도 당한다면... 가방을 통째로 털어간다면... 퍽치기라도 당한다면... 금자지를 잃는 거야 상관없지만. 가방 안에서 휘쇼의 신분증과 함께 금자지가 발견된다면 이건 절대 안될 일이었다. 휘쇼는 부르르 떨며 지갑을 탁자에 두고 약간의 현금만을 챙겨 길을 나섰다. 새벽길은 한산했고 휘쇼가 집 안에서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한편 다아시는 어젯밤 휘쇼에게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 오시면 됩니다. ㅇㅇㅇ역에서 내리셔서 벤처기업 많은 오피스촌 쪽으로 나오시면 ㅇㅇㅇㅇㅇ빌딩이 왼쪽에 보이는데 거기 4층이 저희 사무실입니다] 라고 문자를 보낸 후부터 삼십분에 한 번씩 핸드폰을 확인하느라 잠을 설쳤다. 대체 왜 답장을 안하는걸까. 다아시는 저녁 9시 반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 반까지는 절대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휘쇼의 성격을 아직 몰랐고, 왠지 모르겠지만 연락이 늦어져서 조금 삐진 상태였다. 다아시는 피곤한 몸을 추스려 새벽조깅을 나갔다가 샤워를 한 후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다른 직원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열시까지였고 이제 막 시계는 여덟시 오십오분을 지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창가에 서서 아침햇살을 즐기며 기지개를 쭉 펴던 다아시의 눈에 들어온 뭔가가 있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게도 그건 휘쇼였다. 저.. 꼬라지로 대체 뭘 하는거지.. 다아시는 창문에 달라붙어 심각하게 고민했다. 왜 저렇게 튀게 하고 있는거야. 모두 쳐다보고 있잖아..


휘쇼는 지하철 안에서 본인의 곱슬머리를 빤히 쳐다보는 한 무리의 남자들을 발견하고 등골에 땀이 쭉 흐르는 경험을 한 뒤였다. 사실은 영국인의 유전자 깊숙히 자리한 M자탈모끼가 전혀 보이지 않는 휘쇼의 머리카락에 열폭하는 시선이었지만, 휘쇼는 그들의 눈빛을 좀 다르게 받아들였다.

 

역시 내가 누군지 다들 알고 있어.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어쩌지? 그러다가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하면? 그래서 사람들을 뿌리치고 내리려는 나를 누군가가 잡아끌면? 하필 내 가방을 잡으면? 내 가방이 터지면? 내 가방에서 튀어나온 친절한 금자지가 허공을 가르면?

 

휘쇼는 신경쇠약에 걸릴 것만 같았다. 아.. 내 머리가 문제였구나. 휘쇼는 얼굴을 몇겹씩 감고 있던 거대한 목도리를 약간 풀어 히잡처럼 뒤집어썼다. 그러고 눈만 내놓고 있으니 정말 이상했다. 눈 밑으로만 목도리를 감았을때는 감기걸린 사람 같았지만 히잡처럼 뒤집어써서 머리를 가린 휘쇼는 런던의 지하철 안에 홀로 솟아난 키크고 마르고 조용한 아라비아의 상인 같았다. 물론 옷을 파는 상인처럼은 절대 보이지 않았다. 개중엔 옷을 파는 상인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휘쇼의 패션을 보고 나서는 절대 잘나가는 옷장사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그런 휘쇼가 역에서 내릴 쯤에는 한 무리의 남자들뿐만 아니라 열차에 가득한 사람들이 전부 휘쇼를 보고 있었다. 휘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르게 걸었다.


그리하여 휘쇼는 그 꼬라지로 다아시의 빌딩 앞에서 시계를 노려보며 9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숄보다 더 크고 긴 니트 머플러로 눈만 내놓고 옆구리엔 단단해보이는 크로스백을 꽉 끼운 채 크로스백 안으로 손을 넣어 신문지로 감싼 두꺼운 뭔가를(꼭 다이너마이트 비슷하게 보였다)를 쥐고 달달 떨며 긴장하고 있는 휘쇼는 누가 봐도 폭탄테러범 같았다. 지나가는 시민들 및 거리의 상인들도 하나 둘 긴장을 빨며 휘쇼를 쳐다봤지만 정작 휘쇼는 아무것도 모르고 9시 정각이 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시곗바늘이 9시 정각을 넘었고 휘쇼는 고개를 번쩍 들어 근처의 가장 가까운 가로수-밤나무였다- 쪽으로 뛰어갔다.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은 더욱 긴장했고 다아시 또한 더욱 창문에 달라붙었다. 거리를 얼어붙인 것도 모른 채, 휘쇼는 밤나무 밑에 도착해 한 손에서는 신문지로 감싼 금자지를 꺼내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다아시에게 전화를 했다.

 


“여..여보세요.”


“미스터 다아시.”


“네.”


“당신의 사무실 바로 아래의 가로수중 가장 우체통에 가까운 밤나무 밑에 두고 가겠어요. 최대한 빨리 찾아가주세요.”


“아.. 네?... 아...;;; 예..”

 


휘쇼의 전화가 끊긴 그 순간, 다아시의 목 뒤로 뭔가 쎄한 느낌이 스쳤다. 뭔가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든 다아시는 휘쇼가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한편 휘쇼는 가방 속에서 재빨리 신문지로 둘둘 싼 친절한 금자지를 꺼냈다. 다아시가 워낙 뽁뽁이를 많이 감아준 탓에 원래 부피의 세배쯤 불어난 금자지는 신문지로 싸놓으니 다이너마이트 혹은 도시락 폭탄 같았다. 시민들은 경찰을 불렀고 휘쇼는 그것을 꺼내 밤나무 밑에 각도까지 잘 계산해서 선물처럼 뒀다(고 생각했다). 휘쇼는 다아시가 내려오기 전에 자리를 뜨기 위해 단거리 준비자세를 취했다. 휘쇼의 엉덩이가 높이 들린 순간 저 멀리서 호각소리와 함께 시민들의 공포에 찬 비명이 질러졌다.

 

“저놈 잡아!!!!! 저 폭킹 테러리스트 잡아!!!”

 

테러리스트? 휘쇼는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봤다. 건물 안에서 금발머리의 키큰 남자가 뛰쳐나오고 있었다. 저놈이구나!! 저사람이 테러리스트라니!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대낮에 테러리스트를 만나다니! 휘쇼는 놀라서 다아시를 보자마자 으아앙하항ㅎ어ㅣㅓㅏ하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뛰었다. 다아시는 휘쇼가 자기를 보고 존ㄴㄴㄴㄴ나 뛰자 얼떨결에 휘쇼를 따라서 같이 뛰었다.


소리를 지르며 둘이 멀어진 후 곧 경찰이 도착했다. 그리고 폭탄물 제거반에 의해 신중하게 다루어진 그.. 도시락 폭탄 같은 물체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선량한 시민들과 거리의 상인들은 모두들 말을 잃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대체 걔네 왜 뛴거야?

 

 

 

 

***

 

 

 

 


휘쇼는 끝없이 달렸다. 휘쇼는 대부분의 게이들이 그러하듯 구기종목을 비롯한 거의 모든 종류의 운동에 젬병이었다. 하지만 전직 축구선수였던 아버지가 달리기만큼은 휘쇼에게 몰빵해서 물려주셨던 탓에 학창생활을 우울한 물셔틀로 보내는 것 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달리기가 유일한 자랑인 휘쇼도 황소처럼 뛰어오는 금발머리 테러리스트를 당할 순 없었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오는 그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느라 이를 악물고 달리길 15분 쯤 했을까. 정신없이 쫓아오던 다아시가 갑자기 옆 골목으로 쑥 빠졌다. 휘쇼는 이미 10분이 지난 순간부터 폐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며 '테러리스트 손에 죽나 아니면 뛰다가 죽나 그게 그거겠다' 라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던 중이었기에 다아시의 진로변경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휘쇼는 공원 벤치에 철푸덕 드러누워 숨을 골랐다. 내가 이렇게 생에 미련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난 내 삶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어. 휘쇼는 공원 벤치에서 헉헉거리며 인생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아시는 그런 휘쇼를 공원 나무 뒤에 숨어 바라봤다. 휘쇼가 도대체 왜 뛰는지 알순 없었지만 15분동안 휘쇼가 자길 돌아보며 식겁하더니 속력을 높이는 걸 20번도 넘게 본 후인지라 대충 자기 때문이란걸 알고 있었다. 아침마다 조깅으로 몸을 단련하는 다아시에게도 힘들었는데 저 마른 몸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다아시는 휘쇼가 누운 벤치에서 약 30m정도 떨어진 곳에서 휘쇼를 관찰했다. 한참 달리던 포즈 그대로 벤치에 누워있던 휘쇼가 더운지 히잡처럼 둘러썼던 머플러를 벗었다. 상기된 볼과 입김을 뿜는 빨간 입술이 드러나자 다아시는 솔직히 놀랐다.


실물이 더 낫네?


그러나 얼굴 때문에 찾아온 찰나의 환상은 휘쇼가 의자에 쩍벌을 한 채 숨을 식식거리며 배를 잡고 일어나 앉는 바람에 몽땅 깨져버렸다. 휘쇼는 그렇게 오분 정도를 더 계타는날 계주가 도망가버려 목돈을 날린 통장아줌마처럼 앉아있다가 다시 머플러를 머리에 썼다. 휘쇼는 배우였다. 공원 노숙자 처럼 이런 꼴로 있는 걸 들킬 순 없었다. 또다시 머플러를 온 얼굴과 머리에 두르고 눈만 내놓은 휘쇼가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를 추스려 집으로 가고자 할 때였다. 마치 사막에서 막 낙타를 타고 온 것 같은 몰골의 휘쇼에게 두명의 여자가 접근했다.

 

"실례합니다."


휘쇼는 여자들이 가까이 접근하자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우ㅐ... 와ㅣ... 왜 이러세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여자들에게 팔을 잡힌 휘쇼를 다아시가 측은하게 바라봤다. 다아시는 멀리서도 휘쇼의 눈에 공포가 넘실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구해주려 튀어나갈 뻔 했지만. 안그래도 저여자들한테도 겁먹는 휘쇼가 다아시를 다시 마주치면 이번엔 기어코 돌연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아시는 '구해주려다가 오히려 애 잡겠다' 라고 되뇌이며 뛰어나가려는 무릎을 조신하게 단속했다.

 

한편, 휘쇼는 여자 둘에게 팔을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휘쇼는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길을 물어보는 관광객이게 해주세요. 제발! 코트디부아르같은 곳에서 온!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


그러나 휘쇼를 잡은 여자들의 입에선 뜻밖의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굴에 복이 많으십니다."


"예..?"


"얼굴에 복이 참 많은 분이세요."

 

휘쇼의 심장이 차가워졌다. 휘쇼는 영점 일초도 안되는 순간동안 그동안 살아오며 겪은 상식과 비상식을 총동원해서 지금 상황을 분석하려 애썼다. 믿지 못하겠지만 휘쇼는 호구는 아니(라고 본인이 스스로 자부했다)었다. 의심이 가득한 표정의 휘쇼가 그들에게 물었다.


"지금 제 얼굴이 ... 보이세요?"


"그럼요. 저희는 수련하는 학생들이라 마음이 깨끗해서 다 보이거든요. 코가 굉장히 높으시네요. "


휘쇼는 입을 딱 벌렸다. 사실 동양인인 그녀들에겐 에지간한 양키들은 코가 다 커보이게 마련이었다. 마치 여름에 물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 같이 때려맞춘 말이었지만, 평소 남들보다 높은 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휘쇼에겐 허를 찔릴 정도의 공격이었다. 아무것도 안보고도 내 코를 맞췄어. 이럴수가.


세상에나 ..믿을 수 없어.. 역시 동양사람들은 너무 신비해.... 휘쇼가 반쯤 갔다는걸 안 엄청 착하게 생긴 여자 둘은 입을 딱 벌린 휘쇼의 앞길을 막고 속사포처럼 쏘아대기 시작했다.


"요즘 힘드시죠? 일이 잘 안풀리시죠?"


"아니 그걸 어떻게 아시죠?"


휘쇼는 두번째로 소름이 돋았다. 이 역시 지나가는 사람들 열에 아홉은 인생이 힘들다고 하기에 때려맞춘 것이었지만 휘쇼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았다.


"그쪽 조상님이 그쪽을 쫓아다니면서 울고 있어. 불쌍하다고 본인도 도와주고 싶은데 배고파서 못 도와주겠다고 해. 노인네가 못먹어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날? 왜? 그리고 천국에도 공복상태라는게 존재하나? 응?

오랜만에 전해듣는 할아버지 소식이 별로 유쾌하지 않음에 휘쇼는 충격을 받았다.


"이게 다 정성이 부족해서 그래. 정성이. 그런데 지금도 그닥 늦은건 아니야. 앞으로 하는일 잘 풀리고 현재 본인에게 씐 액이 없어질 방법이 있어."


"그.. 그게 뭔데요?"


"기운이 맑은 땅에 가서 제사를 지내면 돼. 그런데 그 땅이 전세계에 딱 세곳 밖에 없어."


"기운이 맑은게 뭔데요?"


"물을 바닥에 아무리 많이 부어도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동그랗게 뭉치고,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도 촛불이 꺼지는 법이 없고, 나뭇잎을 떨어뜨리면 한군데서 며칠이고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곳이지."


세상에. 그런 게 존재한다니. 휘쇼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곳에서 제사를 지내면 된다는 건가.. 어느새 휘쇼의 귀가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그.. 거기가 어딘데요?"


"자긴 운좋은거야. 전세계에 그런데가 딱 세군데밖에 없어. 한국에 하나. 중국에 하나. 영국에 하나. 한국에 있는데는 건대입구 2번출구로 나와서 그대로 백미터 직진하면 오징어불고기집 하나 나오는데 그 골목으로 쭉 들어가서 상가건물 2층 302호고. 중국에 있는건 조선족 자치구에 있는데 아직 우리가 거기다가 사당을 안지어놔서 정확한 위치는 몰라. 어쨌든 지금 짓고 있는 것만 알아둬. 나머지 하나는 영국에 있는데 여기서 가까워. 같이 갈래?"


"예?"


"같이 가자고. 가서 조상한테 성의를 보이고 니 힘든거 싹 가져가서 버려달라고 비는거야. "


휘쇼는 솔깃해졌다. 팔랑귀 탓에 휘쇼는 마침내 가겠노라 약속을 하고야 말았다. 그들은 쇠뿔도 단김에 빼는 거라며 지금 당장 갈 것을 종용했다. 쫄레쫄레 여자들을 따라가는 휘쇼의 뒷모습을 보며 다아시는 갈등했다. 왜 저렇게 자기 발로 가는데도 휘쇼가 연행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까. 다아시는 이 찝찝함을 해결하기 위해 몰래 그들을 쫓았다.

 

 

 

 

 

***

 

 

 

 

 

 

휘쇼는 어느 상가건물 지하로 연행되다시피 끌려갔다. 사근사근하던 여자들은 어느새 휘쇼의 양 팔에 팔짱을 낀 채로 휘쇼를 강압적으로 끌고 가고 있었고 다아시는 그 모든 것을 뒤에서 지켜보며 따라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휘쇼는 처음 보는 광경에 완전히 압도됐다. 예술가 휘쇼에게 사무실 안 풍경들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방아쇠처럼 다가왔다. 그러니까 방아쇠는 방아쇠인데... 모시옷 입고 쪽진 방아쇠들이었다.


휘쇼는 까만 머리의 김용림 닮은 아줌마가 이 추위에 모시한복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쪽지고 있는 것에 강한 감동을 받았다. 휘쇼는 석굴암 불상처럼 눈을 감고 앉아있는 짭용림을 보며  감탄했다.


"그러니까 바로 저 분이.."


"큰스승님이셔."


"정말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네요. 그녀의 스피릿이 제 심장으로 들어와요.."

 

그때 짭용림이 호랑이같은 눈을 떴다. 휘쇼는 자기도 모르게 히익.. 하며 뒤로 물러섰다. 짭용림은 휘쇼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조상 누구."


"예? 아... 그.. 할아버지요.."


"할아버지라... 할아버지 생전에 하시던 일이 뭐였니."


"스파이요."

 

짭용림이 순간 놀랐다. 짭용림의 썰베이스에 할아버지가 스파이인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휘쇼 할아버지 세대는 공무원이면 대부분 스파이였던 시절을 살아온 세대지만 .. 짭용림은 순간 말이 막혀 기침을 하며 차를 마셨다. 휘쇼는 짭용림이 다기에 차를 마시는 모습을 주의깊게 살피며 조분조분 말했다.


"이건.. 너무 신비로워요. 당신이 입은 옷은 마치 곤충의 날개같아요. 그리고 이 분위기.. 와..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들이 가득하고... "


모시한복은 한국에서 공수해온게 이것뿐이라 이 추위에 어쩔 수 없이 입은거고 화선지에 붓글씨도 한자를 잘 몰라서 야매로 천상천하 네글자만 써서 걸어놓은 거지만 휘쇼는 충분히 감명깊어했다.


"스파이면... 할아버님이 위에서 살피시는 식구들이 좀 많겠어."


"예?"


"딱 천오백유로."


이게 무슨 소리지. 휘쇼는 당황했다.


"저..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전 돈이 없어요."


"카드도 받는다."


"카드도 없.. 이 문제가 아니라 전 여기에 기도하러 왔어요."


"기도값은 내야지."


휘쇼는 그제서야 자길 끌고온 두 여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두 여자는 모시한복으로 갈아입고 덜덜 떨며 위패를 세팅중이었다.


내가 잘못 걸렸구나. 휘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음, 어음, 죄송하지만, 어음, 음, 당신들의 예술적 감각은 진심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전, 그냥, 사원을 가는 기분으로, 으음.. 저기, 전........ 죄송해요. 안녕히 계세요."

 

휘쇼는 옆에 둔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휘쇼가 덜덜 떨리는 다리로 문으로 나가려는 순간 닫혀져 있던 사무실 한쪽 문이 드르륵 열리며 남자 두명이 나와 휘쇼를 막아섰다. 뎅기열 걸려서 입국금지당한 신정13환과 신정7환이 중딩일때 신정23환의 아다를 가져가서 지금까지 신정39환에게 발목잡힌 고영1욱이었다. 전자발찌를 빛내며 뛰어온 고12영욱이 휘쇼를 뒤에서 잡았고 신43정환이 휘쇼의 가방을 빼앗았다. 휘쇼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으나 고영23욱이 동물농장에 나오는 진상개 성대모사를 하며 짖어서 휘쇼의 비명을 감췄다. 신정13환은 휘쇼의 가방 안에 지하철 차비와 피쉬앤칩스 하나 사먹을 정도의 돈밖에 들지 않은 걸 보고 짜증을 버럭 냈다.


"이새낀 뭔데 지갑도 안가지고 다녀?"


휘쇼는 고영3욱에게 붙잡혀 오들오들 떨었다. 그런 휘쇼의 앞에 짭용림이 다가와 휘쇼의 턱을 살짝 들고 속삭였다.


"부모 형제 다 살아계셔?"


"ㄴ...네.....제 .. 제발 가족만은.. "


"식구들 직업이 뭐야. 식구들 돈 좀 버나?"


"잘... 몰... 몰라요..."


"뭐? 식구들 직업을 왜 몰라."


"그... 그게.. 말해주긴 했는데 제.. 제가 이해를 못.. 못했어요.. 아.. 동.. 동생이.. 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이랑 뭐 그런.. 거긴.. 한데..."

 

어디서 이런 허우대만 멀쩡한 모지리를 주웠냐며 짭용림이 현장요원들의 머리를 갈겼다. 짭용림은  인터넷뱅킹으로 제임스에게서 돈을 송금받을  작정이었다. 짭용림은 휘쇼를 옆방 창고로 옮기라고 지시했고 신나GO는 휘쇼를 양 팔에 끼운 채 문을 나섰다. 그리고.


휘쇼는 눈앞의 다아시를 믿을 수 없었다. 문을 열자마자 마치 영화처럼 다아시의 다리가 고영123욱의 얼굴에 꽂혔고 신정13환 또한 손을 얻어맞고 놀라 손목이 잘린 것 같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꾀병을 부렸다. 그 틈을 탄 다아시가 휘쇼의 손목을 잡고 뛰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다아시는 휘쇼를 잡아끌어 공원으로 온 후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탔다. 착석하고 나서야 다아시는 휘쇼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괜찮아요?"


그러나 휘쇼는 연이은 공포에 시달리느라 허옇게 질려 있었다.


"어디 다쳤어요? 왜 말을 못하세요."


"ㄷ... 다... 당신.. 아까.... 테.. 테러범.."


"에? 나? 내가?"


금방이라도 휘쇼가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다아시는 하는수 없이 휘쇼의 머리카락을 싸매고 있는 머플러를 한겹 벗겨서 같이 머리에 뒤집어썼다. 택시기사는 젊은 게이들이 머플러 안에서 키스를 하는 줄 알고 흐뭇해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졸지에 같은 보자기를 뒤집어쓴 두명의 판피린F 중 하나가 된 휘쇼가 놀라면서 몸을 뒤로 뺐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아시가 휘쇼를 달래며 물었다.


"택시 기사에게 들리면 안돼요. 당신 배우잖아요."

"어떻게 그걸..!"

"그리고 난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구요."

 

휘쇼는 다아시의 얼굴에 설득당할뻔 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그럼 당신이 알카에다가 아니란걸 증명해봐요."


"음...."


"어서요."


".......알. ...알라신 개새끼..?"

 

알라신 개새끼라고 발음하자마자 휘쇼의 눈에서 한결 의심이 걷혔다. 이런게 먹히다니. 다아시는 자괴감에 휩싸여 현타가 왔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확신을 주기 위해 못을 박기로 했다.


"마호메트 애미ㅊ..."


"쉬잇..."


휘쇼의 긴 손가락이 다아시의 입술에 닿았다. 휘쇼가 말했다.


"패드립은 안돼요..."


휘쇼가 올리브색 눈을 빛내며 책망하듯 바라본 그 순간, 다아시는 사랑에 빠졌다. 그랬다. 다아시는 금사빠였다. 사실 다아시는 휘쇼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진작 사랑에 빠져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휘쇼의 손가락이 입술을 떠나자 다아시는 휘쇼의 눈을 홀린 듯 바라보며 말했다.


"애미 ....머리 .....스포츠..."


완전히 의심을 버린 휘쇼가 웃으며 속삭였다. 참 잘했어요. 조련당하는 기분이 완전했지만 절대 나쁘지 않았다.

 

 

 

 

***

 

 

 

 


다아시는 한참 휘쇼의 눈에 빠져 있다가 도착했다는 기사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휘쇼는 기사가 혹시 알아볼까봐 머플러를 뒤집어쓴 채 다아시의 손에 의지해서 내렸다. 도착한 곳은 다아시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후문이었고 다행히 아침의 그 소동을 기억하는 사람은 모두 정문쪽에 있었다. 다아시에게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휘쇼는 이곳이 딜도전문멀티샵 딜도나라가 있는 건물이란걸 깨닫고 다아시를 놀라 쳐다봤다.


"그럼 혹시?"


"네. 제가 다아시입니다."


휘쇼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시뻘개졌다가 병자처럼 허옇게 뜨길 반복했다.


"잠... 잠시만요.. 제가 좀 어지러워서.."


휘쇼는 사람이 지나치게 쪽팔리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하는 중이었다. 과도한 혈압상승 및 강하가 반복된 탓에 휘쇼는 일시적인 어지럼증에 시달렸고 다아시는 얼른 비틀거리는 휘쇼를 부축했다.


"이런,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뛰어다니기만 하셨죠. 일단 제 사무실로 가시죠. "


휘쇼는 얼떨결에 다아시의 팔에 기대어 다아시의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다아시의 사무실은 의외로 평범했다. 다아시의 사무실 문앞에는 (주) 둘리식품 이라고 적혀 있었다. 191cm의 미남을 사장으로 둔 사무실 치곤 이름이 좀 올드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휘쇼는 본인이 들어가고 있는 사무실에 달린 명패가 (주) 도쿄핫 혹은 (주) COAT 내지는 (주)  KO company... 따위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일단 좀 누우세요."


"네?!"


휘쇼는 놀라서 소리를 꽥 질렀다. 그리고 너무 높은 톤으로 소리를 지른게 마음에 걸려 바로 사과했다. 철벽남이자 혼전순결운동가이자 씹선비의 아이콘인 휘쇼에게 갑자기 누우라니. 휘쇼는 눈앞의 라꾸라꾸를 보며 비감에 젖었다. 역시 첫인상이 모든 걸 결정하는구나. 써보지도 못한 금자지를 샀다고 날 싸게 보는거야...

 

"아.. 이게 싫으시구나. 그래도 이 라꾸라꾸 산지 얼마 안된건데. 사고 나서도 제가 가끔 점심시간에 낮잠자는 용으로만 사용해서 몇번 쓰지도 못했어요."


"아니요 그런게 아니라.."

 

휘쇼는 뭐라 더 변명하기도 구차해서 그냥 입을 다물고 허리를 한껏 꼿꼿하게 세워 라꾸라꾸에 앉았다. 하회마을 선비같은 꼿꼿함이었다. 다아시는 휘쇼에게 혈당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져다줬다. 초콜렛바를 씹어먹자 어지럼증은 눈녹듯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다아시는 오전중에 밀린 주문을 처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휘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휘쇼는 다아시가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벽에 장식된 무시무시한 딜도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수많은 흑자지 백자지 황자지 메탈자지 원목자지들을 지나 휘쇼의 시선이 멈춘 것은 사람 팔뚝만한 굵기의 딜도였다. 마치 우주왕복선같은 자태를 보며 휘쇼는 경외심을 느꼈다. 망측하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이 풍기는 동물적인 냄새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이었다. 다아시는 순진해보이는 휘쇼의 시선이 다아시가 전시용으로 주문제작한-절대 판매용은 아니었다. 저런 흉기를 팔았다간 소송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딜도에 꽂힌걸 보고 묘한 흥분감에 휩싸였다. 다아시는 휘쇼에게 전해줄 친절한 금자지 상자를 손에 쥐고 휘쇼의 옆에 앉았다.


휘쇼는 멍하니 딜도를 쳐다보고 있다가 다아시가 옆에 앉는 바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놔 하필 왜 이런 때! 내가 정신놓고 쳐다보는걸 봤을까? 봤으면 어떡하지? 휘쇼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다아시는 휘쇼의 빨개진 귀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로동 1호에요."


"..예?"


"저 딜도 이름이요. 로동 1호. 크고... 아름답죠?"


"아... 예..."


"제가 참 아끼는 친구에요. 인사하세요."


"인사요?"


"네. 이렇게요. 로동 1호동무 안녕?"

 

다아시의 진지한 눈빛에 휘쇼는 잠깐 얼었다가 내키지 않는 손을 들고야 말았다.


"로... 로동 일호... 동..무...야... 안녕...."

 

 

 

 

***

 

 

 

 


고개를 못드는 휘쇼에게 다아시가 금자지를 건넸다. 휘쇼는 그제서야 여기 온 목적을 깨달았다. 휘쇼는 금자지를 가방에 급히 쑤셔넣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아시에게 팔목을 잡혔다.


"ㅇ...오이러세요..!"


"고객님.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세요?"


"네?"


"이렇게까지 오셨는데 사용법은 알려드려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그냥 가시면 계속 신경쓰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사후서비스 아닌가요. "


다아시가 사람 좋게 웃었다. 휘쇼는 다아시의 말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설득당하고 있었다. 휘쇼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다아시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렇게 그냥 가시면.. 이것도 인연인데 좀 서운하네요. 사람 냄새 안나고."


그래. 우린 삭막한 자본주의 정글에서 단지 0과 1로서 만난게 아냐. 이사람과 나는 사람대 사람으로 만났어. 게다가 난 진상고객이고.. 매너를 지키지도 못했지. 그런 날 이사람은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휘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휘쇼는 미안함을 가득 담아 양 눈썹을 팔자로 내리고 다아시의 곁에 다시 앉았다.


"정말 죄송해요..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러니까...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와도 그냥 조용히 남기고 나오는 타입이거든요. 저는 소위 말하는 진상.. 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에요. 대체 어제 오늘 제가 왜 이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아시는 휘쇼가 생각보다 더 호구라는걸 알고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휘쇼는 그 눈빛이 참 다정하다고 느꼈다. 다아시는 휘쇼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딜도전문멀티샵 딜도나라의 모든 고객은 절대 진상으로 대접받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고객님. 저만 잘 따라오세요. 제가 진정한 고객 만족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휘쇼는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휘쇼는 다아시에게 두 손을 잡힌 채 그대로 밀려 라꾸라꾸에 눕혀졌고 누운 휘쇼의 위로 다아시가 올라탔다. 휘쇼는 다아시의 그림자가 휘쇼를 완전히 덮자 살짝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아시는 휘쇼의 볼을 엄지로 쓸며 말했다. 겁먹지 말아요..


좋아하는 사람 위에 올라타 있는 다아시의 눈에는 휘쇼의 끔찍한 빨간 티셔츠와 아저씨벨트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아시는 빨간 티셔츠를 목까지 올리고 벨트와 버클을 동시에 풀렀다. 다아시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머리 위로 억지로 고정하고 있는 휘쇼는 차려진 밥상과도 같았다. 다아시는 친절한 금자지의 포장을 풀고 젤을 바른 후 휘쇼의 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힉..!"


과감하게 휘쇼의 허리를 꺾는 다아시의 움직임에 위기를 느낀 휘쇼가 몸을 틀었다. 다아시는 몸을 트는 휘쇼 덕분에 바지와 속옷을 한번에 내릴 수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 그래도 이건..! "


"괜찮아요. 괜찮다니까?"

 

흥분한 다아시는 이젠 숫제 반말이었다. 휘쇼는 미끈한 뭔가가 엉덩이골 사이에 발라지는걸 느끼자 위기감에 다아시의 어깨를 밀며 소리쳤다.


"사...! 사용법이요. 사용법! 사용법!"

"아, 아 ... 맞다. 고객님. 고객님 이거 잘 봐."


다아시는 한손으론 휘쇼의 뒤를 풀고 한손으론 친절한 금자지를 쥐어 눈앞에 들이대고 말했다. 휘쇼는 뒤로 침범한 긴 손가락에 기함하여 다아시를 말리려고 했지만 휘쇼를 잡아먹을듯 바라보는 다아시의 열정적인 눈빛에 설득당해서 다아시가 보라는 대로 또 순순히 보고야 말았다.


"고객님. 이건 일본산이야. 고객님이 운나쁘게 부러뜨린 중국산이 아니야. 이거 봐. 어때. 잘 휘어지지?"


오른쪽으로 휘어진 친절한 금자지가 휘쇼의 시야에서 맴돌다가 곧 사라졌다. 휘쇼는 자기가 다아시의 얼굴에 정신이 팔린 사이 금방이라도 금자지가 잔뜩 풀린 밑으로 침입할 것 같아 가까스로 허리께로 내려간 다아시의 손을 부여잡았다.


"잠... 잠깐! 잠깐만요!!!"


"왜? 고객님 왜그래? 어? 안좋아?"


"이... 이러시면 곤란해요. 우린 오늘 처흐으흠... 응... 만느았... 응... 이... 이러시..."


다아시의 능란한 손놀림에 휘쇼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처 끝맺지 못하고 눈을 꽉 감았다. 다아시의 과거가 의심될 정도였다. 다아시는 어느정도 풀린 것을 알고 본게임에 들어가기 위해 손가락을 빼냈다. 휘쇼는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급 현타가 왔고 다아시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러면 안돼요. 이 다음은 절대!"


"왜요. 왜... 왜 안되는지 설명해봐요. "


"그... 그것은... 그... 그게..."


"고객님. 컴플레인을 거실때는 이유를 말씀해 주셔야죠. 네?"


휘쇼는 다시 정신이 멍해졌다. 휘쇼가 어버버 거리는 틈을 타 다아시는 빠르게 친절한 금자지를 입구에 가져다 댔다. 뭉툭한 끝이 약간 파고든걸 느낀 휘쇼가 기겁하며 목을 뒤로 꺾은 채 소리쳤다.

 

"아!!!! 안돼..! 음... 그러니까...!"


"돼.. 괜찮잖아. 응?"


"아니야! 응.. 그러니까.."

 

그때 휘쇼의 머릿속에 신박한 핑계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방..방사능!!! 일본!!! 핵숭이!!!!! 안돼요! 엉덩이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구요! 엉덩이가 세개가 되면 어떡해요! 엑...! 엑...! 엑스맨이 되어버려엇!"


휘쇼의 다급한 외침에 다아시가 멈칫했다.

 

"고객님. 그럼 일본산만 아니면 되는거죠?"


"네? 아.. 아니 그게..."

 

다아시는 친절한 금자지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 속삭였다.

 

"그럼 영국산은 괜찮겠네요."

 

말이 끝나자 마자 일본산 금자지 대신 영국산인 다아시가 휘쇼의 몸을 갈랐다.

 

"아픕.....! 읍...!"


휘쇼의 눈에서 눈물이 범람하듯 흘렀다. 이럴수가. 처음은 바다가 보이는 곳이고 싶었는데. 그러나 온갖 사념에 시달리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휘쇼는 손가락보다 더욱 능란한 다아시의 허리놀림에 갈뻔 하다가.. 반쯤은 가버렸다가... 아예 갔다가.... 결국은 완전히 가버렸다. 목구멍 끝에 걸렸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라는 외침은 곧 열기에 들뜬 모음들로 분리되어 튀어나왔고 그렇게 휘쇼는 홍콩여행을 아주 잘......다녀오고야 말았다.

 

 


에필로그.

 

 

휘쇼는 다아시 덕분에 고객님이라는 말만 들어도 조건반사적으로 다아시를 떠올리는 몸이 되어버렸다. 휘쇼는 술을 마시고 다아시를 찾아가 책임지라고 깽판을 쳤고 다아시는 휘쇼에게 동거를 제안했다.


휘쇼는 술을 진탕 먹고 깨어보니 다아시의 집인데다가 옆엔 휘쇼의 지장이 선명하게 찍힌 동거계약서가 있음에 놀라버렸지만 계약은 계약이었다. 둘은 행복하게 살았고 휘쇼는 행복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슬픈 영화를 찍어대며 휘쇼비의 쿠크를 바스라뜨렸다.


기 승 전 휘쇼비가 등터지는 이야기 끝.

 

 


휘멘 닷멘

 

 

 

 

 

 

 

 


2013.04.19 (21:44:11)
ef138

엥 좀전에 댓글썼는데 어디갔지ㅠㅠ.. 쬲!! 다시봐도 존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09f]
2013.04.19 (21:50:31)
f43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약냄새 안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3df7]
2013.04.19 (21:52:20)
6ed15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봐도 존잼꿀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bb5e]
2013.04.19 (21:53:59)
4bbb8
모바일
어휴ㅋㅋㅋㅋㅋㅋㅋ또봐도 약내풍기고 존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c3b]
2013.04.19 (21:58:09)
ca94e

선생님 무슨 약을 하시면 이런 찰진 드립을 빵빵 터뜨리시나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6408]
2013.04.19 (22:23:48)
7a3b9

다시봐도 존잼꿀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6f31]
2013.04.19 (23:21:28)
11a05
모바일
다시봐도 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ㅋ
[Code: c569]
2013.04.19 (23:33:26)
b5b9d
모바일
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해욬ㅋㅋㅋㅋㅋㅋㅋ 저 오늘 여기에 누울게요 ㅜㅠㅠㅠㅜ
[Code: 58f1]
2013.04.20 (04:02:12)
3dd89
모바일
이렇게 찰진.....처음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8b7]
2013.05.01 (13:04:43)
8b33d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이걸 왜 지금 봤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9bb0]
2013.05.15 (09:14:00)
98bcf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드립이 ㅋㅋㅋㅋㅋ로동1호는 뭐고 핵숭이는 또 뭐얔ㅋㅋㅋㅋㅋㅋㅋ 국썅 룰라애들은 찬조출연인가 ㅋㅋㅋㅋㅋㅋ 정말 팬픽보면서 이렇게 바닥때리고 웃어본거 첨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ccd7]
2014.04.01 (02:35:50)
cf340

아미친존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승전슬픈영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850]
2014.12.13 (18:51:11)
04d33
와 시발 이건 진짜 역대급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다 미쳤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87c5]
2015.02.24 (03:42:36)
68e8d
모바일
개웃겨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54a]
2015.03.04 (18:44:34)
e1a9b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8b07]
2015.05.24 (11:00:44)
0ba68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센세 정말 미쳤구나?ㅋㅋㅋㅋㅋ
[Code: 42ae]
2015.08.05 (00:50:32)
4daf7
모바일
기 승 전 킄
[Code: 57c1]
2016.02.01 (21:23:09)
dde56
모바일
이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ㅂ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e17]
Notice 휘갤 사이트 이전 알림 [20] 01-02 8437 49
19363 ■ BWDB: 벤 휘쇼 데이터베이스 (Filmography of Ben Whishaw) ■ [17] 05-13 7002 208
19362 ㅈㄱㅁㅇ 휘갤에도 눈새들 박제함 모바일 [47] 11-24 2323 183
19361 ???!?!???!??!? 휘쇼가 사랑해요란 말도 해줬네! [52] 06-03 5551 180
19360 ㅈㅇ00q로 사실혼 관계인데 둘만 인정 안하는게 보고싶은 ㅁㅅ + 외전 1개 [14] 09-11 10568 170
Selected ㅈㅇㅁㅇ 지마켓에서 딜도 파는 다아시 X 러다이트 휘쇼 [18] 04-19 10957 149
19358 휘쇼비들아 우리 휘쇼 일화글 하나로 모아서 영업용 좌표 만들자! [9] 10-08 11005 143
19357 텀블펌) ㄹㅇ양덕만세다 다아시휘쇼 봐라 휘바들아 [34] 04-30 6492 128
19356 ㅌㅈ00q 의외로 현장 적응 잘 하는 q 모습에 놀라는 본드가 보고 싶다 [13] 09-20 7403 119
19355 자기가 완장눈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에게 모바일 [7] 11-25 1734 115
19354 ㅎㅂ00q에 오메가버스 끼얹어서 본드 잡고 싶어서 임신하려고 노력하는 난임 Q 7~12 [13] 08-15 10286 115
19353 00q로 큐랑 본드 사이의 쌍둥이가 싸우면 팔불출 본드가 애들교육하는 썰 [13] 11-25 6157 112
19352 ㅌㅈ ㅁㅅㅈㅇ 007 덕후인 프레디가 본드를 만났으면 좋겠다 [12] 04-13 6016 105
19351 뉴휘반데 입갤신고로 휘쇼를 그려보았다 [16] 06-12 2849 104
19350 ㅌㅈㅈㅇ다아시X휘쇼 우리 결혼했어요 200일 특집 [내가 한 가장 큰 실수] [24] 05-22 4545 100
19349 그냥 웃자고 썼던 휘쇼 무순 몇 개 해연이네에 올렸던거 묶어서 재업 [17] 09-29 8500 98
19348 ㄱㅈㅅㅈㅇ 다아시 휘쇼 좆목 사진으로 만들어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4] 04-18 5366 98
19347 환불원정대.WHISHAW [28] 04-19 5988 93
19346 ㅌㅈㅁㅅ 00q 뭐든 서투른 큐랑 큐를 보는 족족 오해하는 본드 1~10 [14] 06-15 10562 92
19345 여왕님으로 수상소감 [24] 05-13 4449 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