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병원에서 돌아온 큐는 본드가 집에 없는걸 확인했어. 큐는 두사람 분량으로 사온 라임머랭파이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고 본드가 있던 자리에 누웠지. 시트에서 본드의 스킨냄새가 풍겨왔어. 안 그러려고 했지만 서운한건 어쩔 수 없었어. 큐는 주머니 속 핸드폰을 열어서 본드에게 문자를 보냈어. 월요일에 봐요. 본드에게선 답이 없었지.



월요일이 왔어. 큐는 저스틴과 함께 운동을 하고 일찍 출근해. 그리고 일을 하다가도 언뜻언뜻 사무실 복도를 보며 본드가 지나가는지 체크했어. 하지만 본드는 소식이 없었음. 그러다 본드가 휴가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어. 큐는 그날 컨디션이 안좋아보이던 본드가 걱정돼. 그래서 전화라도 걸까 하다가 어제 보낸 문자에도 답이 없었던게 생각나지. 큐는 더럭 겁이 나. 본드가 어디 잘못된게 아닌가 하고.



큐는 업무를 모두 마친 후 치킨스프를 사서 곧장 본드의 집으로 퇴근하지. 서로의 집 비상키를 교환했던 터라 본드가 집에 없다고 해도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놓고 올 생각이었어. 본드의 집 문을 열자 담배연기와 술냄새가 확 덮쳐왔지. 큐가 들어오는데도 본드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어. 큐는 소파에 앉아 흑백영화를 보는 본드의 옆에 앉아. 그리고 탁자에 어질러진 물건 위에 치킨스프 봉투를 내려놓지. 본드는 흘끗 치킨스프 봉투를 보며 담배를 물어. 큐는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해서 자기도 모르게 담배를 물끄러미 봤어. 본드는 큐에게 담배를 건넸지만. 큐는 아쉬운듯 거절하지.



"어련하시겠어."



담배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 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본드가 큐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었어. 큐는 자리를 피할 겸 부엌에서 스푼을 가져왔어. 그리고 본드에게 스푼을 쥐어주지.



"먹어요."



하지만 본드는 담배만 피워댈 뿐이었어. 큐가 어디 아팠냐고 물어도 별 대답이 없었어. 큐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 하지만 곧 출장을 끝내고 새벽에 돌아왔던 본드의 모습을 떠올리며 뭔가 충격적인 일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지. 본드가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큐는 본드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곧장 현관으로 가는 큐에게 내내 침묵을 지키던 본드가 말을 꺼냈지.



"가나?"


"네."


"키스 한 번 해주고 가지 그래."



큐는 피식 웃으면서 본드의 가까이로 다시 걸어왔어. 그리고 베이비키스를 해줬어.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뗀 큐를 응시하는 본드가, 정확히는 그 파란 눈이 왠지 슬프게 느껴졌어. 금색 속눈썹 아래의 처연한 눈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측은함이 느껴져 본드를 껴안아줄 수 밖에 없었어. 큐는 본드의 목에 매달려 얼굴을 부비며 말했어.



"지금 담배 피웠잖아요.. 키스는 나중에 해줄게요."



담배를 쥐지 않은 본드의 왼손이 잠시 망설이다 큐의 허리를 마주 토닥였지. 아까 큐가 본드의 어깨를 만졌던 것 처럼.



"갈게요."



문을 닫고 나서는 큐 쪽을 돌아보지 않은 채 본드가 말했어.



"잘 가."




**




그 후로 본드는 큐를 동료로만 대하기 시작했어. 큐는 영문을 몰랐어. 본드는 큐브랜치 쪽은 따로 미션이 없으면 들르지 않았고 사적으로 연락을 하지도 않았지. 큐 쪽에서 연락을 하면 사무적인 답변만 할 뿐이었어. 큐는 대체 본드에게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어.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서 이스탄불 작전 보고서까지 봤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서 더 답답했지. 큐는 참다 못해 본드를 찾아갔어. 본드는 지하에서 사격연습을 하고 있었어. 큐는 사격장으로 들어갔어. 연락이 안될 때는 초조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살 것 같았어.



"얘기 좀 해요."



"그러지."



말과는 달리 본드는 다시 총을 잡았어. 큐는 이번에야말로 울컥해서 총을 든 본드의 팔을 움켜잡았지. 큐가 팔을 건드리는 바람에 총알이 타겟을 지나 아래 벽에 박혔어. 자칫하면 총알이 엉뚱한 곳으로 튀어 사고가 날 수 있었지. 본드는 보호장구를 벗어 던지며 으르렁거렸어.



"미쳤어?"


"얘기 하자고 했잖아요."


"지금 당장이란 말은 없었잖아."



본드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물러섬 없이 맞서는 큐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지.



"지금 말하면 되겠네요. 나와요. 당장."



휙 돌아서 성큼성큼 나가버리는 큐의 뒤를 본드가 따라나섰어. 둘만 있게 되자 본드는 담배를 물었어. 큐는 달릴때 숨이 차서 많이 피우지 않는다던 담배를 요즘 부쩍 피우는 본드가 이상했지.



"요즘 왜이래요."


"뭐가."


"담배 피우고, 연락 안되고, 모른척 하잖아요."



본드는 피식 웃으며 담배 연기를 큐의 얼굴에 뿜었어.



"마누라 노릇이네."



큐는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 처럼 놀랐어. 본드의 말 그대로였어. 큐가 지금 본드에게 하는 일은 지나친 간섭이었거든. 말문이 막힌 큐가 어떻게든 항변하려 말을 이었어.



"그게 아니잖아요."


"뭐가 아닌지. 그런 짓은 다른데 가서 해."


"...."


"무슨 일로 찾아온거야?"



그러게. 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큐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어. 말없이 멍하게 서있는 큐를 지나쳐가며 본드가 말했어.



"심심해서 같이 놀 사람 필요한거면 다른 사람 알아봐. 공사구분도 못해?"


"... 잠깐만요."



큐가 본드의 팔을 잡았어.



"내가 뭐 잘못했어요?"


"그런거 없어."


"대체 왜.."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대체 왜이래."


"...."


"간다."




본드의 팔을 잡고 있던 큐의 손이 탁 풀렸어. 본드는 옥상에서 내려와 비상계단으로 향했지. 그리고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통로 옆에서 저스틴과 마주쳤어. 저스틴은 본드를 못알아보고 그냥 스쳐 지나갔지. 주머니에 있는 연습용 총을 만지던 본드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어.



큐는 멍하니 서있다가 큐브랜치로 돌아와. 그리고 정신없이 일에 빠져들어. 점심도 저녁도 거르고 야근을 하지. 팀원들이 식사하러 나가자는 데도 모니터에서 눈 한번 떼지 않고 요지부동이야. 정신을 차려보니 열한시가 넘었어. 튜브 막차가 간당간당한 시간이었지. 큐는 급하게 나가서 막차를 타.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바로 침대에 쓰러지지. 그러나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눈을 감아도 감은 것 같지 않았어.



8


밤새 뜬눈으로 잠을 설친 큐에게도 어김없이 새벽이 찾아왔어. 큐는 운동시간을 30분 남겨놓고 저스틴에게 연락을 했어.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못가겠다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갈 준비를 마치자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어. 큐는 그냥 그대로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지. 각종 코드와 알고리즘에 빠져들자 머릿속이 좀 시원해졌어. 그런 큐의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왔지. 그건 사람 좋게 웃는 저스틴이었어.



"딱 15분 남았어요. 가요."



큐는 저스틴에게 끌려 휴게실로 갔어. 저스틴은 휴게실에 뒀던 바구니를 꺼냈어. 바구니 안엔 체다치즈를 넣은 감자스프와 망고와 오렌지를 갈아 만든 주스가 담겨 있었지.



"먹어요."


"...아.. "


"칼이 임신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집에 있게 됐거든요."



오메가들은 임신 초기에 스프링피버라는 현상을 겪어. 안정된 태아가 성장을 시작하면 모체는 태아를 적으로 인식하지. 그래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오메가들의 경우에는 이때의 알레르기 증상이 히트사이클로 나타나. 모체 입장에서는 몸 안에 깊숙히 침투한 적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거든. 그래서 이 때의 히트사이클은 어떻게든 디엔에이를 남겨야겠다는 본능 아래 평생 겪어온것 중 가장 강하게 나타나. 그래서 오메가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스프링 피버가 나타나는 5주까지는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하지. 스프링 피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오메가로 집에만 갇혀있기 심심했던 칼은 큐가 아프다는 소리에 솜씨를 발휘했어. 임신이라는 단어를 듣자 큐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어. 자기가 임신한 것 처럼 기분이 좋아졌지.



"저스틴.. 정말 축하해요."


"당신이 이걸 깨끗하게 비워주면 칼이 더 좋아할 거에요. 벌써부터 레스토랑에 출근 못해서 안달이에요. 아 참. 조만간 집에 한 번 초대할게요. 칼이 지난번에 당신이 너무 말랐다면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고마워요."



큐는 감자수프를 겨우 먹었어. 깔깔한 속에 따뜻한게 들어가니 좀 나았지만 많이 먹을 수는 없었지. 반쯤 먹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 큐를 보며 저스틴이 스푼을 빼앗았어.



"칼이 좀 손이 커요. 억지로 안먹어도 돼요."


"미안해요."



저스틴은 대신 큐에게 망고와 오렌지를 넣은 주스를 건네지. 비타민 보충용으로 두고 먹으라고. 큐는 그걸 받아들고 다시 큐브랜치로 돌아와. 그리고 잠시 생각했어. 임신이라.. 얼마 전까지 가깝다고 느꼈던 단어가 다시금 까마득히 멀어졌지. 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 그냥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어.




**




오후엔 말로리의 호출이 있었어. M의 퇴직을 1주일 앞두자 거의 모든 업무가 말로리에게 이관되고 있었지. 말로리는 큐와 본드와 태너를 호출했어. 큐와 본드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지. 평소에도 둘이 사이가 다정한건 아니었지만 예전엔 둘이 농담도 하고 - 거의 본드가 능글맞게 놀리고 큐가 무심하게 쏘아대는 패턴이었지 - 서로 대화도 나눴거든. 태너는 바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눈치를 봤어. 그 사이 정부인사들과 점심을 함께 한 말로리가 사무실로 들어왔지. 말로리는 큐와 본드에게 그리스로 가줘야겠다고 말했어. 태너가 큐 대신 백업을 맡고 큐가 현장에 나가줘야겠다면서. 큐는  이런 상황에서 본드와 함께 그리스로 가게 된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분간을 못했지.



"그렇게는 힘들겠습니다."



본드가 말로리에게 말했지. 그렇게는 힘들겠다는 말에 큐가 벼락을 맞은 것 처럼 놀랐어.



"이 친구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요."



말로리는 대타를 알아보겠다며 셋을 내보냈어. 셋은 차례로 복도로 나갔지. 큐는 먼저 성큼성큼 걸어 밑층으로 가버리는 본드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어. 이제 나랑은 같이 있기도 싫은가. 태너는 그래도 널 챙겨주는 건 본드밖에 없다며 큐에게 농을 걸었지만 큐는 그 농담을 받아줄 기분도 체력도 아니었지. 몸이 천근 만근에 하루 종일 멍했거든. 



 다음날 공문이 내려왔어. 큐의 비행기 공포증 때문에 큐의 대타로 머니페니가 들어가고 태너는 계속 오퍼레이터를 맡고 큐가 본드와 머니페니의 백업을 맡는다는 얘기였지. 당장 내일 출국이었고 이번엔 따로 백업이 중요하진 않았어. 애초에 태너에게 대타를 시키려던 작업이었으니. 중요한건 무기였지. 큐는 머니페니와 본드가 웜업 훈련을 하고 있는 지하 훈련장으로 무기를 건네주러 가야 했어.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태너를 만나기 위해 운동복 차림으로 올라왔던 본드와 딱 마주쳤지.



"아. 지금인가?"


"네."


"내려가자구."



오랜만에 본 큐의 볼이 무척 말라있었어. 본드는 감상적으로 변하려는 마음을 다잡았어. 큐가 자기에게 뭘 원하는진 모르지만. 큐에게 본드보다 우선순위인 알파가 있다는건 확실했지. 그리고 본드는 자기 자신이 큐가 떼어주는 마음 일부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결국 이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 쿼터마스터와 현장요원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감정은 언젠가 식게 마련이었어. 남는건 결국 자기 자신 뿐이지. 그렇게 본드는 큐의 마른 손목을 잡고 싶은 욕망을 다스렸어. 그리고 도착벨이 울렸지.



"가지."



본드와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몸이 일순간 풀렸어. 무기를 든 큐를 보자 멀리서 머니페니가 반가워하며 달려왔지. 큐는 무기를 하나씩 소개하고 작동법을 알려줬어. 머니페니는 귀걸이형 녹음기와 폭탄이었고 본드의 것은 총과 넥타이 매듭 안에 꽂아 쓰는 마취총이었지. 넥타이를 고치는 척 하면서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는 무기였어. 큐는 머니페니의 귀에 귀걸이를 다는 시범을 보였어. 다음은 본드였지. 큐의 심장이 거세게 두방망이질 쳤어. 본드가 턱을 들자 큐가 앞으로 다가가 본드의 넥타이에 마취총을 끼웠지. 둘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어. 큐는 훅 끼쳐오는 본드 특유의 알파향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 유난히 뜨거운 본드의 체온 역시 느껴졌어. 큐는 손을 떨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가까스로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어. 큐는 잘 다녀오라고 말한 뒤 도망치듯 훈련장을 나갔어. 




**




다음 날이었어. 큐는 며칠째 계속되는 불면에 깨질 것 같은 머리로 오후 출근을 했지. 오늘따라 몸이 더 불편했어. 하얗게 질린 큐를 보고 놀란 태너가 괜찮겠냐고 물어왔어. 큐는 차를 연신 들이키며 작전이 시작되는 밤까지 버텼어. 해가 지고 드디어 작전이 시작됐어. 큐는 다시금 냉철한 얼굴로 돌아가 통신기를 작동시켰지.

"여기는 MI6. Q. 아이디는 008-001. 런던. 19시 02분입니다."

 [여기는 007. 본드. 아테네. 21시 02분.]

 [여기는 머니페니. 이브. 아이디는 006-012. 아테네. 21시 03분.]


"목표물의 현재 위치는 현장 백업에게 전달받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그.."



순간 현기증과 함께 귀에 이명이 울렸어. 머니페니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큐가 말을 이었지.



"...다시 하겠습니다. 타겟을 제거한 후 보고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때부터는 그리스 중앙정보국이 바톤을 이어받을 겁니다. 지금부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만 메시지를 발신합니다."



곧 현장 백업들의 보고가 큐에게로 줄지어 들어왔지. 머니페니, 항구로 접근합니다. 본드, 타겟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머니페니, 컨테이너 항구로 진입........본드.. 큐는 고개를 흔들었어. 정신이 점점 아득해졌어. 안돼. 안돼. 안돼... 이가 딱딱 맞부딪혔어. 큐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모니터 말고 큐브랜치의 문을 응시했어. 그러나 시선이 이동함과 동시에 사각의 사무실이 녹은 초콜릿처럼 흐물흐물해졌지. 순식간에 촛점을 잃은 큐가 비틀거리며 무너졌어. 그게 큐가 기억할 수 있는 전부였지. 




"큐!!!"




주먹이 하얗게 될때까지 참아내던 큐가 그 자리에서 졸도하자 일순간 큐브랜치에 긴장이 감돌았어. 큐브랜치의 직원들이 큐를 끌어냈고 그 자리를 재빨리 태너가 채웠지. 의식을 잃은 채 실려가는 큐를 보며 태너가 일순간 경악했어. 큐의 바지를 적시고 있는 건.. 누가 봐도 피였어. 창백해진 큐의 옷 단추를 풀고 큐의 몸을 이완시키며 응급처치를 하던 팀원들 역시 놀랐지. 응급차를 부르러 사람들이 뛰어갔어. 대체 피가 왜.. 그러나 태너는 프로답게 상황에 집중했어. 본드, 타겟 1에 접근합니다. 머니페니, 조준합니다.




[-탕! 탕! 탕탕!]



머니페니, 타겟 1 제거 완료. 본드, 타겟 2를 기절시킵니다. 미션 완료했습니다.
태너는 통신기에 걸려있던 뮤트를 풀었지.



"지금부터는 그리스 정보당국이 맡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퇴로는 2-A로..."


[..태너?]


"죄송합니다. 여기는 MI6. 태너. 아이디는 009-101. 런던. 20시 33분입니다. 백업요원의 개인사정으로 업무를 승계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어. 본드의 집중력이 무너지기 시작했지. 때마침 뒤에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어. 



"젠장. 본드. 놈들이 너무 빨리 왔어요."



본드는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 몸을 최대한 낮췄어. 그리고 당장 앞에 오는 세 놈을 차례로 쏘아 죽였지. 머니페니가 후방으로 달리는 사이 본드는 이쪽으로 적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 위를 달렸어. 곧이어 본드가 올라탄 컨테이너 박스 위로 총알이 빗발쳤지. 본드는 최대한 몸을 낮춰 총알을 피하며 적들이 모인 곳에 큐가 만들어준 폭탄을 투하했어. 곧이어 비명소리와 함께 적들의 사지가 찢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본드는 다시금 뛰기 시작하지. 그런 본드에게 태너의 메시지가 들어왔어.



[2분만 더 버티랍니다. 2분만 더 버티세요.]



"태너."



[네.]



"큐에게 무슨일이 있는거야."



[.. 업무상 중요한 메시지만 전달합...]



"젠장! 닥치고 빨리 얘기해."



[..본드.. 큐가 쓰러졌어요.]




티잉 - 순간 멈춰버린 본드의 허벅지 옆을 를 총알 하나가 비스듬히 찢고 지나갔지. 날카로운 아픔에 겨우 정신을 차린 본드가 이를 악물고 다시 뛰기 시작했어.




[본드, 괜찮아요?]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야."



[피를 좀 흘리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임무에 집중하세요.]



피라니. 갑자기 왜.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어.



9


일어나보니 병원이었어. MI6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 왜 MI6 병원에 있는 걸까 의아했지. 팔이 뻐근해서 보니 링거가 꽂혀 있었어. 큐는 밑으로 까라질 것 같은 정신을 다잡으며 눈을 깜빡였지. 얼마나 지났을까. 의사와 간호사가 회진을 왔어.



"의식 돌아오셨네요?"


"..."


"영양실조. 수면부족. 과로. 애 떨어질 뻔 했어요."


"..."


"유산하실 뻔 했다구요."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어. 유산? 큐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돌자 의사가 더 놀랐지. 의사는 큐의 파일을 뒤적이며 임신 4주 임신중 출혈이라고 적혀있는걸 다시 한 번 확인했지.



"모르셨어요? 임신 4주입니다."


"저기 저.. 다시 한 번 .. 확.. 아.."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던 큐의 머릿속에 임신 4주라는 글자가 박혔어. 대충 손에 꼽아보니 본드가 이스탄불로 떠났던게 딱 한 달 전이었던 것 같았어. 망연자실해진 큐를 보며 의사가 말했어.



"어차피 4주라서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요. 솔직히 유산 확률이 더 높은게 사실이구요. 겨우겨우 매달려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 자신 없으시면 떼드릴게요."



멍하니 정신을 빼놓고 있던 큐가 놀랐어. 큐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안았어. 의사는 그런 큐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회진을 마쳤지.



"나중에 어느정도 컸을 때 유산하면 후유증이 더 크니까. 무작정 피하시기만 할 게 아니에요. 뭐가 가장 좋은 방법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상대 알파분과도 의논해 보시구요. 내일 이시간에 회진 돌 때 저한테 확정해서 말해주세요."



**



큐는 멍하니 천장을 보며 생각했어.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땐 그렇게 절망적이더니 막상 임신이란걸 알고 나니 앞이 깜깜해졌어. 하필 본드와의 사이가 안좋은 이 시점에 임신이라니. 게다가 본드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포기했을 때에. 큐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 임신이 실감 나지도 않았고. 정말 이 안에 들어있긴 한건가 하고 환자복 안에 손을 넣어 아랫배를 만졌지. 그리고 그 차가움에 놀랐어. 큐는 자기 아랫배가 이렇게 차가운줄 몰랐어. 더군다나 피를 흘린 후라 더 차갑게 느껴졌지. 큐는 두 손을 들어 아랫배 위에 올려놨어. 손에서 전해진 온기가 배를 덥혔지. 아랫배가 따뜻해지자 온 몸이 이완됐어. 정신이 든 후로 큐를 괴롭혔던 미약한 복통 역시 사그라들었지. 큐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어.



"힘들었겠다."



 차가운 아랫배 안에서 고군분투했을 어린 생명이 안쓰러웠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모느라 몸의 변화를 미처 몰랐고, 연이은 실패 때문에 임신테스트를 해볼 생각도 못했지.



"네가 있는걸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미안해."



아랫배가 다시 쌀쌀하게 아파왔어. 아까와는 다르게 큐는 더럭 겁이 났어. 아파도 괜찮은 건가. 지금 혹시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닌가. 큐는 침상 위의 호출벨을 눌렀지. 간호사가 호출됐어. 큐는 배가 아프다고 했어. 간호사는 출혈여부를 살펴보고 그냥 출혈 이후에 나타나는 경통일 뿐이라고 설명해줬어. 그리고 지금은 사과 씨앗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유산이 된다고 해도 통증은 없을 거라는 말도. 큐는 더럭 겁이 났어. 그러면 혹시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르지 않냐는 말에 간호사가 따로 방법이 없다고 말했지. 큐는 아랫배를 더 간절하게 감쌌어. 그런 큐를 보던 간호사가 말했어.



"낳으시기로 하셨나봐요."



간호사의 말을 듣고 큐는 이미 자기 자신이 아이를 버릴 수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바로 망설임 없이 결정했어.



"낳을 거에요."



어떻게 되든. 일단은 더 힘들게 하지 않을 거에요.




**




퇴근시간 후 MI6의 동료들이 찾아왔어. 아무래도 오메가 동료의 임신은 예민한 문제라 큐브랜치의 부하직원들과 태너만 큐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지. MI6 병원엔 산부인과가 없던 탓에 혼절한 큐는 링거만 하나 꽂은 채로 일반 병원으로 옮겨져야만 했지. 그때 정말 사람이 이렇게 죽는 구나 싶었다니까요. 큐를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 동분서주한 부하직원 루시와 게일이 큐에게 꽃을 안기며 말했어. 동료들은 큐가 오메가인 줄도 몰랐다며 수선을 떨었어. 태너는 홀로 심각했지. 큐는 그런 태너와 큐브랜치 직원들에게 말해. 절대 임신 사실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밝히지 않으시면 .. 임신 초기 휴직을 받으실 수 없잖아요. 스프링 피버 때문에 계속 일하실 수도 없으실 텐데.."


"일년간 휴직할 생각이에요."


"..네?"



다들 놀랐어. 그도 그럴 것이 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보업계에서 일년간의 휴직은 커리어에 커다란 손상을 주는 일이었거든. 게다가 맡은 업무가 업무이니 만큼, 휴직때도 편히 쉬지 못하고 국가의 감시 속에 살아야만 했어. 직원들은 감시도 훨씬 느슨하고 재택근무도 할 수 있게 임신사실을 밝히고 출산휴가를 쓰라고 했어. 하지만 큐는 끝끝내 거부하지. 임신 사실을 본드가 알게 된다면.. 본드가 큐를 더 싫어하게 될지도 몰랐어. 안그래도 힘든 시간을 겪은 아이와 자기 자신에게 더 힘든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동료들이 떠나고 큐는 의료진에게 아이를 낳겠다고 말했어. 의료진은 큐에게 안정제를 주사하고 삼일간 화장실과 샤워실을 제외한 아무 곳에도 가지 말고 침대에만 누워있을 것을 주문하지. 안정제를 맞은 큐가 배에 손을 얹고 잠에 빠져들었어. 그리고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태너와 본드가 지켜보고 있었지. 본드는 창백해진 큐가 눈을 감고 있자 문득 큐가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당장에라도 들어가서 코 밑에 손을 대보고 싶었지. 태너는 큐를 바라보는 본드의 눈빛에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알았어. 오랜 침묵 후 본드가 말했어.



"임신시킨 알파자식은 어디 있어."


"잘 모르겠어.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



끝끝내 낳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휴직까지 불사하는 것 치고는 외로운 병실이라고 생각했어. 본드는 당장 MI6로 달려가 재무팀 그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었지.



"정말 안 들어갈 거야?"


"자잖아."


"참나.. 언제부터 그렇게 섬세했어."



본드는 큐의 아랫배에 얹어진 양 손을 봤어. 그리고 무력감을 느꼈어. 잠든 큐에게 묻고 싶었어. 그렇게 소중하니. 본드는 하염없이 큐를 바라보다 큐가 뒤척이기 시작하자 태너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지. 



"아 참. 큐가 임신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어."


"그래."



본드의 차가 병원을 나섰지.



**



큐는 삼일간 침대에만 누워있었어. 지나친 정자세를 유지한 탓에 허리근육에 무리가 갈 정도였어. 환자식도 억지로 끝까지 다 먹었어. 줄어버린 위에 억지로 음식을 넣으려니 고통스러웠지만 푹 익힌 브로콜리 하나까지 다 먹었지. 먹고 나서는 비스듬히 누워 토하지 않기 위해 다리와 팔을 계속 움직였어.



"이러시면 링겔로 피가 역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조금만 드시지."



그런 큐를 간호사가 타박했지. 하지만 큐는 영양실조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넣었어. 삼일 후, 퇴원 전에 마지막으로 한 검진에서 태아가 잘 있다는 판정을 받았어. 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했지. 의사는 첫 초음파 사진을 건넸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까만 쌀알같은 점이 큐의 뱃속에 있었어. 벅찬 기분으로 사진을 받아든 큐가 조심조심 걸어 퇴원수속을 밟았어. 



들고 온 짐이 없으니 나갈 때도 가벼웠어. 느리게 걷는 큐가 병원 주차장에서 택시가 오길 기다렸지. 그리고 그런 큐의 앞에 익숙한 차가 섰어. 큐는 더럭 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어. 


태너에게서 큐의 퇴원소식을 들은 본드는 차를 세워놓고 주차장에서 무작정 기다렸어. 사실 큐가 아침 일찍 퇴원했을 수도 있지만 집에 있느니 가서 허탕을 치는게 낫다고 생각했어. 도착하고 나서야 재무팀의 알파가 큐를 데리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갈까 했지만. 본드는 그냥 고집스럽게 있기로 했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훨씬 혈색이 좋아진 큐가 캐리어를 끌고 느릿느릿 병원 앞으로 나왔어. 그리고 택시 타는 곳에 홀로 서있었지. 본드는 욕을 뱉었어. 대체 어떤 개새끼한테 걸린 거야. 병신같이. 이런 날 데리러 오라는 말도 못하고. 본드는 얼마쯤 고민하다 차를 출발시켰어.



"타."


"...무슨 일로 왔어요."


"타이핑하는 너희보다야 이쪽이 더 병원 올 일이 많지 않겠어? 타. 가는 길에 데려다 줄테니까."


"그냥 택시 타면 돼요."



본드는 차에서 내려 큐에게로 걸어갔어. 큐는 자기도 모르게 왼손으로 아랫배를 잡았어. 본드는 그걸 신경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캐리어를 빼앗아 뒷좌석에 실었어. 



"고집 부리지 말고 타."



큐는 어쩔 수 없이 본드의 차에 올라탔어. 본드는 평소보다 느리게 운전했어. 큐는 바깥 풍경을 보며 온갖 상념에 잠겨있었지. 침묵속에 큐의 집앞에 도착한 본드가 운전석에서 나와 캐리어를 들었어. 조심조심 나온 큐가 이제 그만 가봐도 된다고 했지만 본드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로 캐리어를 들고 큐의 집으로 먼저 올라갔어. 천천히 걸어 올라온 큐가 집에 도착하자 이미 본드가 문을 모두 열고 짐을 푸는 중이었어. 큐는 차라도 대접해야겠단 생각에 스토브에 물을 올렸어. 본드와 큐는 차를 앞에 두고 마주앉았어. 본드는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큐 앞으로 밀었어. 그건 큐의 집 열쇠였어. 막상 본드에게서 집 열쇠를 돌려받게 되자 큐의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어. 큐는 눈물을 보일까봐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찻잔만 만지작거렸어. 



"지금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러려고 왔어요?"


"....."



큐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출근할때 가지고 다니던 백팩에 든 본드의 집 열쇠를 꺼냈지.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본드의 쪽으로 밀었어. 본드 역시 열쇠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어. 큐는 이제 어깨를 떨며 울고 있었어. 더이상 감출 수가 없었어. 본드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어.



"갈게."



온몸을 떠는 큐를 두고 본드가 돌아섰어. 현관으로 걸어가는 본드의 뒤로 큐가 다가왔어. 그리고 본드의 허리를 잡았어.



"한 번만 안아주고 가요."


"...."


"나도 그날.. 당신 두고 가면서 키스해 줬잖아요."



본드는 몸을 돌려 큐를 안았어. 큐는 본드에게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어. 본드는 큐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어. 잘 지내. 잘.. 행복하게 잘 지내. 큐.



10




급작스런 휴직신청에 말로리는 난색을 표했어. 대체인력을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관리자로서 큐만한 인재를 일년간 썩힌다는 게 너무 아까웠거든. 말로리는 앞뒤로 삼개월씩 재택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휴직을 허락했어. 그리고 일주일간 대체인력을 찾아볼 시간을 달라고 했지.



큐는 요즘 본드가 당부했던 대로 잘 지내. 본드에게 안겨 울면서 감정을 쏟아버리고 난 후 한번도 울지 않은게 그 증거겠지. 본드에게 열쇠를 돌려받은 다음 날 바로 다니던 병원에 갔어. 의사는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며 출산까지 책임지겠다고 흥분했어. 큐는 산모수첩이란걸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자기 자신이 어색해. 하루에도 몇번씩 배를 어루만지고 입덧이 슬슬 시작되려고 하는지 냄새에 민감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아이가 생겼다는게 익숙하지 않아. 큐브랜치의 직원들은 자기들이 더 신나서 큐를 못먹여서 안달이야. 직원 중에 하나는 예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큐의 랩탑 바탕화면을 자기가 좋아하는 남녀 배우의 사진으로 도배했어. 행복한 나날들이었어. 본드가 없다는 것만 빼면.



본드는 새로운 백업요원을 소개받았어. 새로운 백업요원은 서글서글하게 생긴 40대 초반의 베테랑이었어. 본드는 평소와 똑같이 훈련하고 현장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 큐와의 관계를 시작하며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다른 파트너들과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지. 임무를 받고. 훈련을 하고. 날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 관계를 가지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어.



늦은 밤이면 본드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 새벽 내내 뒤척이다 보면 지나간 일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지. 본드의 목에 매달리기 좋아했던 큐. 첫 관계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큐. 좁은 안을 밀고 들어가면 일순간 숨을 멈추며 턱을 높이 들던 큐. 그럴 때마다 드러나던 긴 목. 잘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꽤나 애써서 만들던 어설픈 요리들. 일 앞에서 냉철해지는 모습. 밤새 야근하고도 그 다음날 멀쩡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던 큐. 좋은 기억만 있는건 아니었어. 큐가 본드와 관계를 가지기 전마다 꼬박 챙겨먹던 피임약. 그 알파와 병원 앞에서 껴안고 웃던 모습도 좋았던 기억 만큼이나 선명하게 떠올랐지.



무엇보다도 본드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거였어. 큐가 본드를 좋아한다는건 알고 있었어. 사무적으로 대하던 큐가 점점 더 마음을 열고 있다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모를 수 없었으니까. 문제는 본드의 천성이었지.



큐가 조금 더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본드도 큐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본드는 기본적으로 신중한 사람이었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 본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잃었어. 그리고 당장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한 삶을 살았지. 본드는 큐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었어. 아이를 함께 가지고. 같이 그 아이를 키우고. 아프고 힘들때 옆에서 치킨수프를 함께 먹는 그런 삶은.. 본드가 큐에게 약속할 수 없는 삶이었어. 그게 본드를 힘들게 했어. 분명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것. 그리고 이제 와서 큰맘 먹고 변하려고 해봤자 이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처럼 흩어진 후라는 것.



본드는 매일 자기혐오에 시달렸어. 그리고 견딜 수 없어지면 잠을 포기하고 운동복을 입고 나가서 달리지. 그러나 몸을 괴롭혀봤자 마음의 고통을 잊을 수는 없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에게 모질었던 자신을 후회하진 않아. 큐의 새 삶에 언젠가 곪아버릴 종기처럼 자리하기 보다는 깨끗하게 떨어져 주는 게 서로 낫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런 건.. 말은 독하고 냉정하게 해도 사실 속은 다 여물지 않은 큐가 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었지. 자기가 하는게 맞았어.



가끔 본드는 혼자 퇴근하는 큐를 지켜봐. 그리고 저 마른 몸이 끔찍한 러시아워를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해. 멀리서 지켜본 큐는 다행히 볼에 살도 오르고 조금이라도 웃는 것 같아. 가끔 퇴근길에 역 앞에 있는 아기용품 상점의 쇼윈도우에 붙어서 한참 구경하고 아쉽다는 표정으로 돌아서기도 해. 본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 왜 신발이나 유모차를 사지 않고 매일 간절하게 쳐다보고만 갈까. 가끔 큐의 소식을 전해주는 태너에게 묻고 싶지만.. 한 번 그렇게 엮이고 나면 태너에게 더 많은 것을 묻게 될 것 같아서 참았어.



뱃속의 아이에게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이었어. 가끔 큐의 뱃속에 들어있는 저것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런 악몽같은 시간을 겪지 않아도 됐을 거란 생각을 해. 하지만 이제 어쩌겠어. 본드는 큐가 정신없이 서있던 쇼윈도우에 붙어서 큐처럼 창문에 손을 붙여. 그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지.



큐는 칼과 저스틴의 초대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칼은 스프링피버를 겪은 후 흔히들 찾아오는 입덧을 건너 뛰었지. 누가 셰프 아들 아니랄까봐 음식 되게 좋아한다면서 칼이 싱글벙글했어. 저스틴은 딸이면 얼마나 서운하겠냐며 칼의 입을 막았어. 칼은 저스틴을 가리키며 큐에게 속삭였지. 딸을 원하거든요.



"큐는 어때요? 딸? 아들?"



큐는 어색하게 웃었어. 생각해보니 한번도 딸일지 아들일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큐는 눈을 굴리며 고민했어. 칼은 뭘 그렇게 고민하냐며 웃었지. 큐는 결국 결정을 못했어. 그냥 아들이건 딸이건 금발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지. 품에 안긴 아기가 본드처럼 금색 속눈썹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거든.



"그냥.. 잘 태어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위험하대요?"


"......네."



원체 열성인 데다가 임신 초기에 하혈까지 했던 큐는 매일 전전긍긍이었어. 매일 아침마다 피가 비쳤는지 안비쳤는지 체크하고 퇴근 후엔 아예 침대 밖으로 한발짝도 안나왔지.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하루만 더 버티면 재택근무 시작이라는 거? 아.. 나도 재택근무 하고 싶다."



저스틴이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했지. 큐는 내일이면 드디어 휴직에 들어가. 업무를 마친 후 M의 은퇴 기념식 겸 파티 행사에 참석하고.. 아예 주말부터는 병원에 딸린 작은 입원실에 입원해서 초기 유산을 방지할 계획이었어. 큐는 둘과 헤어지면서 선물로 사온 속싸개와 신발을 꺼냈어. 칼은 감동하면서 큐를 안아줬지. 칼은 큐에게 같은 입장인데 자기만 받을 수 없다며, 똑같은 걸로 사주겠다고 하지만 큐는 간곡히 거절해.



"괜히... 이런거 사놨다가 혹시라도.. 그런.. 일 생기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못사겠어요."



저스틴과 칼이 진지하게 말했어.



"그럴 수록 사야죠. 그런걸 사서 아프고 힘들 때마다 옆에 두고 보는거에요. 꼭 이 신발을 신기고야 말겠다. 꼭 이 옷을 입히고야 말겠다. 이렇게. 목표가 생기는 거죠."


"다이어트 할 때 한사이즈 작은 바지 사서 옷장 옆에 걸어두는 거랑 똑같은 거에요."



큐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 왜 한사이즈 더 작은 바지를 사지? 칼과 저스틴은 곧 큐를 이해시키길 포기했어.



"하긴... 그런 걸 해봤을 사람이 아니니까. 하하. 어떤 색이 좋아요? 내가 사줄게요."


"정말 괜찮아요."


"하긴 아들 딸이나 결정되면 사야겠다. 이왕이면 색을 맞추는게 좋으니까."



큐는 튜브를 타고 귀가하며 곰곰히 생각했어. 혹시 유산을 하게 된다면 사놓은 아기용품을 보고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아직 변변한 용품도 하나 없었지. 그걸 목표로 삼으라는 칼의 말은 말 그대로 발상의 전환이었어. 큐는 문득 회사 앞 아기용품 쇼윈도우에 전시된 아기 신발이 떠올랐어. 큐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신발 중에 제일 예뻐서 늘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정신을 놓고 보곤 했지. 큐는 이왕 생각난 김에 그걸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내릴 곳을 지나쳐 다시 회사로 향하지. 그리고... 그 앞에서 자기와 같은 포즈로 쇼윈도우를 들여다 보는 본드를 발견했어.



아기용품점 쇼윈도 앞에 선 본드를 보자 새삼 충격이 밀려왔어. 지금까지는 본드를 위해 임신사실을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어떤 식으로 보면 자기는 본드의 권리를 빼앗은 거나 다름 없다는 자각이 이제야 든거지. 큐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고민했어. 지갑 안에는 본드에게 보여줄 수 있는 초음파 사진이 있었어. 큐는 자기도 모르게 지갑을 꽉 쥐어. 그렇게 정신없이 본드를 응시하는데 본드가 자세를 바꾸지. 그러느라 본드의 옆 얼굴이 드러났어. 잔뜩 굳어있는 표정이었어. 순간 큐는 그 표정을 보고 생각해. 내가 망설이길 잘했구나. 저 사람을 힘들지 않게 하길 다행이구나.



큐는 오히려 홀가분해졌어. 그리고 용기를 내서 쇼윈도로 다가가 본드의 옆에 서지.



"골라봐요."



본드가 놀랐어. 본드가 놀라는건 처음 봤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의 본드가 귀엽게 느껴져서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지.



"뭘 그렇게 놀라요?"


"너.."


"골라봐요. 하나. 얼른."


"참.. 갑자기 뭘 고르란 건지."


"아무거나 예쁜 걸로 골라봐요."


"다 예뻐."


"다 사줄 순 없잖아요. 내가 하나 사줄게요."


"내가 이런걸 받아서 어디다 쓰게."



사주려면 내가 널 사줘야지. 하는 말은 입으로 삼킨 본드였지. 하지만 큐는 이상하게도 계속 하나를 골라보라며 본드를 재촉했어.



"오래 서있기 힘들어요. 빨리 하나 골라요."



본드는 마지못해 가운데에 있는 하늘색 날개가 달린 작은 신발을 가리켰지. 사실 뭐가 뭔진 잘 몰랐지만. 그건 큐가 매일 유심히 보던 거였으니까.



큐는 매장에 들어가서 계산을 해. 본드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쇼윈도 너머로 매장 안의 큐를 살펴. 확실히 표정이 밝아졌어. 큐는 신발을 포장까지 해서 나왔어.



"선물이에요."


"나 참..."


"집에 걸어놔요."


"실성한줄 알겠다."


"그럼 좀 어때요. 정 안되겠으면... 한 육개월 뒤에 돌려 주시던가."


"... 고마워."



큐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어. 본드는 큐를 데려다 줘야겠단 생각에 큐를 불렀어. 그러나 큐는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사코 거절했어.



"내일 파티 올거죠?"


"그래."


"거기서 봐요."



본드는 그렇게 멀어지는 큐를 멍하니 지켜봤지. 본드는 큐와의 마지막이 큐가 우는 모습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어. 큐 역시 본드에게 아이와 관련된 뭔가를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고. 튜브에 타는 큐의 야상 안주머니엔 본드가 가진 것과 똑같은 신발이 있었어. 큐는 의외로 본드가 보는 눈이 있다며 키득거렸지.







11

11

 


큐의 마지막 정상근무일 아침이 밝았어. 잠이 많아져서 그런지 오늘따라 일어나기 더 힘들었지. 큐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임신한걸 알게 된 후 늘 하는 일을 해. 욕실에 가서 혹시 하혈을 했나 안했나 확인하고 배를 만지면서 오늘도 무사히 버텨달라고 혼잣말을 함. 준비를 마친 큐는 출근하기 전 침대 머리맡에 올려둔 아기 신발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어. 꼭 이 신발을 신길 수 있게 해달라고 빌면서.



정상근무라고 해봤자 별로 할 건 없었어. 인수인계가 이미 다 끝났기 때문이지. 큐는 몇개의 서류에 사인을 하고 책상 물건들을 정리했어. 후임자는 외부에서 뽑은 인물이 아니라 기존에 큐와 함께 일했었던 큐브랜치의 앤이었지. 큐는 말로리에게 최종 사인을 받은 후 조금 더 일찍 퇴근했어. 앞으로 일년간 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건물을 나서는데 기분이 묘했지. 큐는 일단 병원으로 먼저 갔어. 그리고 정기검진을 받지. 아이는 잘 있다고 했어.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안정됐다고. 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여전히 조심해야 하지만 아이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전처럼 침대에만 누워있는 그런 생활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 잡혀있었던 큐의 입원일정도 통원으로 수정이 됐지. 큐는 날아갈 것 같이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가. 그리고 M의 은퇴식에 갈 준비를 하지.



턱시도를 입은 큐가 택시를 타고 시내 호텔에 도착했어. 그리고 M의 은퇴식이 있는 그랜드볼룸으로 들어갔어.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어.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큐는 구석진 곳으로 가 샴페인 대신 주스를 마시면서 식이 시작되길 기다렸어. 큐브랜치의 몇 명이 큐를 발견하고 반갑게 불렀어. 그리고 일년간 보고 싶을거라며 큐와 포옹을 나눴지. 큐브랜치의 직원들이 파티에 왜 파트너를 데려오지 않았냐고 물었어. 다들 파트너를 대동하고 있었거든. 내심 다른 사람들은 오늘에야말로 큐의 알파를 보는 날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큐는 웃으며 사정이 있어서 혼자 왔다고 했어. 어차피 식만 보고 일찍 돌아가야 한다는 큐의 말에 직원들은 아쉬움을 달래. 그 때 본드가 회장에 들어왔어.



"와.. 저 둘은 생각조차 못했는데."



큐의 옆에 서있던 앤이 회장의 입구를 보며 감탄했어. 큐는 뭔가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본드와 본드의 팔짱을 낀 머니페니를 목격하지. 새삼 심장이 쿵 떨어졌어. 큐는 애써 고개를 돌렸어. 다른 큐브랜치 직원들도 잘 어울린다며 한마디씩 했어.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로 열이 올랐어. 이제야 본드가 차가워진 이유를 알게 된 셈이었으니까. 머릿속에 큐와 함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던 본드와 그것 때문에 큐 대신 들어간 요원이 머니페니라는 것이 떠올랐지. 이제야 확실해졌어. 큐가 임신을 시도하느라 관계를 거부하는 사이 본드는 다른 파트너를 찾았던 거야. 놀랄 일도 아니었지. 처음부터 몸뿐인 관계였으니. 큐의 기분이 최악을 찍고 바닥으로 내려갔어. 그래. 애초에 큐 자신은 여러 명의 파트너 중 하나였을 뿐이었지. 가깝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자주 관계를 가졌던 거고. 잠시 스쳐 지나갈 사람에게 너무 집착했던 게 잘못이었던 거야. 큐는 새삼 본드에게 특별한 누군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임신까지 한 자기 자신이 무섭게 느껴졌어. 그리고 어제 아기용품점 앞에서 본드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자기도 자기가 이렇게 무서운데. 본드는 얼마나 구질구질하게 생각했겠어.



행사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렸어. 모든 직원들은 홀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에 착석했지. 본드의 테이블은 큐와 두 테이블 정도 떨어져 있었어. 큐브랜치 직원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큐는 본드를 의식하며 애써 M의 스피치에 집중하고 있었어. 하지만 본드의 시선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지. 본드는 바로 옆에 앉은 재무팀 테이블을 보며 주먹을 세게 쥐었어. 저스틴이 칼을 파트너로 데려왔거든. 본드는 당연히 큐가 저스틴과 함께 파트너로 참석할 줄 알았어. 그런데 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본드가 본 건 혼자 있는 큐였지. 큐는 혼자 고개를 벽쪽으로 돌리고 음료수만 홀짝이고 있었어. 혹시 파트너가 어딜 간건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본드의 눈에 새로운 뭔가가 들어왔지. 그건 바로 다른 오메가와 함께 있는 큐의 알파였어. 분노가 치솟은 본드가 큐의 알파를 때려눕히려 발을 옮길 때 마침 행사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렸지. 그리고 본드의 눈에 들어온건 큐의 알파 옆 오메가의 배였어. 그 다른 오메가도 임신 중이었어. 워낙 마른데다 유산까지 할 뻔 했던 큐와는 다르게 안정기에 접어들었는지 그 오메가의 배가 볼록하게 불러 있었지. 게다가 큐의 알파의 손도 그 오메가의 배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어. 같은 팀의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는지 재무팀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임신한 오메가를 보고 본드가 깨달았어. 둘은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었어. 본드는 그제서야 큐가 왜 혼자 힘든 병원생활을 했어야 했는지, 왜 아무도 큐를 데리러 오지 않는지, 왜 큐가 항상 슬퍼보였는지, 유일하게 곁에 있어주던 자기가 큐를 떠나고자 했을 때 왜 그렇게 울었는지 알아버렸어. 



본드는 분노를 느꼈어. 자기 대신 이미 본딩된 오메가가 있는 알파에게 바보처럼 매달리는 큐에게도. 큐를 가지고 노는 알파에게도. 본드는 당장에라도 그 알파를 죽여버리고 싶었지. 하지만 알파 옆의 임신한 오메가를 보자 그럴 수도 없었어. 더군다나 지금은 M의 은퇴식 현장이야. 오늘같은 날 M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어. 본드는 차가운 눈빛으로 큐를 노려봤어. 큐는 금방이라도 건드리면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 그런 큐의 어깨가 평소보다 더 작아보였어. 시선을 느낀 큐가 본드 쪽을 바라봤어. 놀랍게도 본드는 서늘한 눈으로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지. 큐는 놀라서 고개를 재빨리 돌렸어. 왜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겠어. 큐는 더럭 겁이 났어. 혹시 파티장에서 누군가에게 자기가 임신했단 얘길 들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눈빛으로 쳐다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큐는 어떻게든 먼저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 일단 엠의 스피치와 말로리의 스피치가 끝나면 막간을 이용한 공연이 있어. 큐는 스피치가 끝나고 공연이 시작될때 재빨리 빠져나가기로 했어. 긴장해서 그런지 목이 말랐어.



"아까부터 왜 이렇게 물을 많이 마셔요?"


"자꾸 물이 먹혀서.."



물을 반 컵 정도 마시고 나자 갈증은 가셨는데 머리가 띵하게 어지럽기 시작했어. 왜 이러지. 큐는 눈을 감았다 뜨며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어. 그러나 곧 손까지 떨리기 시작했지. 큐는 자기가 손을 떠는 줄도 몰랐어. 큐의 손에 든 물잔이 사정없이 떨렸지. 옆에 있던 앤이 괜찮냐고 묻자 그제야 흠칫 놀랐어. 결국 큐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 컵을 놓치고야 말았어. 컵이 홀 바닥을 굴렀지만 다행히 카펫이 깔려 있어서 깨지거나 큰 소리가 나진 않았어. 그러나 컵에서 쏟아진 물로 큐의 바지가 다 젖어버렸지. 테이블의 시선이 큐에게 모두 쏠렸고 큐와 본드의 테이블 사이의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있던 저스틴도 큐를 응시했지. 큐는 어쩔 줄을 모르며 두리번거리다 저스틴과 눈이 마주쳤어. 저스틴은 입모양으로 도와줄까요? 하고 물었고 큐는 민망함에 물을 닦는다는 핑계로 조용히 홀을 나갔어. 나가는 큐의 걸음걸이가 이상했어. 저스틴은 큐의 다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후들거리며 떨린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나가는 큐를 바라봤어. 큐의 몸이 문 밖으로 사라지고 칼이 저스틴의 어깨를 두드렸지. 저스틴은 칼에게 아무 일도 아닐거라는 듯 웃어줬어. 그리고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큐를 따라갈 생각은 커녕, 자기 오메가에게 웃어주고 그 자리에 계속 있는 알파를 본 본드의 이성이 마침내 뚝 끊겼지. 본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큐를 따라 나갔어.



큐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어. 홧홧하게 오른 열이 온 몸을 돌아다녔어. 그러나 뱃속을 누가 손으로 간지럽히는 것 같은 느낌에 다리가 풀려 어느 정도 가다 벽을 잡고 멈추고 또 어느 정도 가다 벽을 잡고 멈추길 반복했어. 큐는 자기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어. 그 와중에도 큐는 혹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서 하혈 여부를 확인하러 화장실로 가고 있었던 거야. 거의 기다시피 해서 화장실에 도착한 큐가 가까스로 세면대에 매달렸어. 그러자 갑자기 발자국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쾅 닫혔어. 놀란 큐가 빨갛게 열오른 얼굴로 뒤를 바라봤어.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건 본드였어. 큐는 공포에 질려 온 몸을 떨었어. 본드는 그런 큐를 지나쳐 화장실 안에 혹시 사람이 있나 없나 칸마다 확인했지. 큐는 그 틈을 타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다리가 풀썩 꺾여 뜻을 이룰 수가 없었어. 본드는 문 쪽으로 가려다가 주저앉아버린 큐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어. 큐를 일으켜 세우자 뜨거운 열과 특유의 오메가 향기가 강하게 끼쳐왔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마비된 이성은 본드가 노성을 지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지.



"고작 그런 놈 때문에 이 꼴이 된거야? 어? 그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본드에게서 풍기는 알파향을 맡자 몸 안의 열이 더 치솟았지. 큐는 부들부들 떨며 식은땀과 눈물을 함께 쏟아냈어. 그리고 본드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입술을 바르르 떨었어.



"원래 알고 있었어? 그 개자식에게 오메가가 따로 있던 거? 알고 그런거야?"



화를 뿜어내는 와중에도 본드는 품 안의 큐가 이상하리만치 너무 뜨겁다고 생각했어. 큐의 온몸이 사정없이 떨려왔지.



"큐. 왜그래. 큐?"



본드는 큐의 어깨를 흔들었어. 큐는 이를 딱딱 맞부딪치며 간절하게 본드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어. 불안하던 큐의 호흡이 넘어갈 듯 빨라졌고 본드는 그제서야 큐가 발작 바로 전의 상태라는 걸 깨달았지. 본드는 대리석 바닥에 큐를 눕히고 큐의 온몸을 옥죄고 있는 턱시도 자켓을 벗겼어. 그리고 흰색 셔츠가 땀으로 온통 젖은 걸 발견했어. 땀 뿐이 아니었어. 큐에게서 오메가 호르몬이 폭발하고 있었어. 본드는 일단 침착하게 목까지 채운 큐의 셔츠 단추를 쇄골까지 풀고 양 팔의 단추 역시 풀었어. 몸을 자유롭게 해준 본드가 큐의 뺨을 톡톡톡 두들겼어. 큐. 내 말 들려? 큐. 내 말 들리는 거야?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리던 와중에 본드의 괜찮냐는 소리만 제대로 들렸지. 큐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고 했어. 그러나 곧 뜨거운 뭔가가 큐의 구멍에서 아래로 후드득 쏟아지며 바지를 온통 적셨지. 큐는 패닉상태에 빠졌어. 피야. 피. 피가 이렇게 많이 나오다니. 처음 하혈을 했을 때보다 더 많아. 아이가 잘못된게 분명해. 큐는 눈물을 쏟으며 본드에게 매달렸어. 그리고 굳어버린 혀를 억지로 움직여 말을 토했어.



"본드... 아이가.. 아이가.."



"큐. 큐!!"



"아이를.. 살려줘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큐가 의식을 잃었어. 본드는 큐의 바지를 적시며 대리석 위로 흘러나오는 발정액의 양에 경악했지. 스프링 피버. 본드는 정신없이 큐를 들쳐업고 비상구 계단을 오르며 태너에게 전화했어.




"9층에 잡아놨던 M 숙소 문 미리 열어. 그리고 M 숙소는 다른 층으로 옮겨. 지금 당장 열어."



"본드. 그게 무슨.."



"큐가 죽을 수도 있어. 잔말 말고 방문 1분 안에 오픈시켜. M에게는 보안상 문제가 생겼다고 말해."






12







파티가 끝나고 M을 묵게 하려던 9층으로 가자 본드의 지시대로 호텔 직원이 문을 열고 미리 대기중이었어. 본드는 직원에게 큰 볼에 얼음을 잔뜩 가져오라고 했어. 직원은 바로 얼음을 가지러 가지. 본드는 큐를 욕조에 눕히고 옷을 찢듯이 벗겼어.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틀어 큐의 몸을 잠기게 하지. 물 속에서 큐를 마사지하는데 혼몽상태를 헤매던 큐가 갑자기 온 몸을 긴장시키더니 또 발정액을 뿜어냈어. 본드가 자제력을 시험당할 정도의 양이었지. 본드는 일단 환풍기를 더 세게 돌렸어. 직원이 얼음을 가져왔어. 본드는 열어뒀던 문을 잠그고 큐에게 얼음을 먹였어. 그러나 고개조차 가누지 못하는 큐 때문에 얼음이 자칫 기도를 막아 위험하겠다 싶었어. 본드는 얼음을 작게 씹은 후 큐에게 입을 맞춰 큐에게로 얼음조각들을 넘겨줬어. 차가운 얼음이 들어가자 큐에게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 큐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울리며 본드의 입술을 쫓았어. 본드가 큐에게서 입술을 떼고 얼음을 씹어 넘겨주자 큐가 어느 정도 의식을 찾는 것 처럼 보였어. 본드는 다시 한 번 얼음을 씹어 넘겨줬어. 얼음을 목으로 넘긴 큐가 눈을 반쯤 뜨며 본드의 입술에 매달렸어. 그리고는 본드가 다시 얼음을 씹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본드에게로 몸을 붙여왔지. 본드는 얼음을 씹는 횟수를 줄여서 조금 큰 얼음을 다시 넘겨줬어. 큐는 시원한 본드의 입술에 정신없이 매달렸지.




"정신이 좀 들어? 큐?"




하지만 큐는 본능만 남은 사람처럼 대답없이 무서운 힘으로 본드에게 매달릴 뿐이었어. 본드가 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본드를 따라 일어서려다 넘어져 크게 다칠 뻔 하기도 했지. 정신없이 달려드는 큐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 지탱한 본드가 어쩔 수 없이 이마를 맞대서 열을 쟀어. 확실히 아까보다는 열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뜨거웠어. 큐는 본드에게 매달려 본드의 딱딱한 몸에 기댔어. 그리고 새빨갛게 열오른 혀를 꺼내 본드의 턱을 핥기 시작했지.



"후회할 짓 하지 마."



이미 앞섶이 터질듯 흥분했지만 큐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후회할까봐 일단 본드가 큐를 밀어냈어. 본드는 큐를 뒤로 들어 다시 욕조에 담궜어. 정신이 조금 돌아온 큐가 본드를 알아봤어. 안개 속에 갇힌 것 처럼 뿌연 세상에 갇혀 있다가 일시에 오감이 열리자 큐가 잠시 휘청했지. 눈을 뜨자마자 앞에 본드가 있었어. 이건 꿈일까. 다시 놓치기 싫다는 일념 하나로 큐가 본드를 끌어안았어.



"본드.."



"정신이 들어?"



정신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큐가 다시 본드를 껴안자 본드는 잠시 놀라 주춤했어. 큐는 본드의 목에 두 팔을 걸고 간절하게 매달렸어. 본드는 알파로서의 자신과 싸우며 큐의 팔을 떼어내고 진정시키기 위해 큐의 어깨를 토닥거렸어. 본드가 두 팔을 잡아 억지로 포옹을 풀자 큐는 절망에 휩싸여 울기 시작했어.



"큐. 울면 안돼. 울면 열이 떨어지지 않아."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큐. 제발.. 쉬.. 진정하자. 응?"


"버리지 말아줘요.. 그러면 안돼요? .. 제발.. 제발...또 버릴 거잖아요.. 놓고 갈거잖아요!!  본드.."



큐의 원망을 듣자 본드의 눈에서도 눈물이 울컥 솟았어. 본드는 울며 매달려서 버리지 말아달라는 큐의 체향을 한껏 들이마셨어. 큐는 길 잃은 아이처럼 서럽게 울며 계속 말했어.



"아무것도 바라지.. 흡.. 않을 테니까.. 제발.. 제발.. 옆에만 있을게요. 그게 힘들면 미워하지 말아줘요.. 그렇게.. 쳐다보고.."


"미안해."


"거슬리게 하지 않을게요. 절대.. 신경 쓰는 일 없게 할테니까...아아읍....."



정신없이 말을 잇던 큐에게서 다시 발정액이 쏟아졌어. 본드의 뒷목을 꽉 잡고 하반신에 오는 경련을 버텨낸 큐가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어.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어. 본드도 이제 한계였어. 본드가 잔뜩 흐려진 큐의 눈을 보며 말했어.



"잘 들어. 넌 지금 스프링 피버를 겪고 있어. 임신 초기에 겪는 거 알지. 여기서 열이 더 오르면 너도 니 뱃속의 애도 모두 죽어."


"...안...ㄷ..."


"..후회하지 않겠어?"



큐는 대답 대신 본드의 뒷목을 잡아채 깊게 혀를 섞었어.




**




침대까지 갈 여유도 없었어. 소파까지 오기도 힘들었어. 물듯이 달라붙는 큐가 본드의 셔츠를 찢듯이 풀었어. 본드는 큐와 함께 소파로 쓰러졌어. 큐는 본드의 위로 올라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허리띠를 풀려 했어. 하지만 잘 되지 않았지. 급한 마음에 큐와 본드의 입에서 욕이 쏟아졌어. 본드는 큐의 손을 버클에서 떼게 하고 손수 옷을 벗었어. 큐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본드의 머리를 감싸안고 귀를 빨아댔어. 완벽하게 나신이 된 본드는 눈 앞에 보이는 큐의 가슴을 빨았지. 붉게 성이 난 ㅇㄷ가 잔뜩 뭉쳐 있었어. 남자 오메가들은 임신 초기에 유선이 급하게 발달하게 되면서 ㅇㄷ가 뭉치게 되는데 수시로 기구나 입으로 그걸 빨아줘야 유선이 뚫리면서 제때 젖이 나올 수 있어. 하지만 큐는 뭉친 ㅇㄷ를 본드가 빨기 시작하자 아픔에 비명을 질렀어. 본드는 일순간 다시 화가 났어. 아무리 봐도 임신 후에 처음 빨리는 것 같았어. 아무도 큐에게 그런걸 알려주지 않았다는 얘기잖아. 큐는 아프다며 본드의 어깨를 손으로 때렸어. 어깨를 때리는 손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본드는 ㅇㄷ를 빠는 것을 그만두고 흥건하게 젖은 아래에 집중했어. 지금은 이게 우선이니까.



큐는 벌써 잔뜩 세우고 있는 본드의 것을 품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어. 하지만 본드가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풀어주는 탓에 재빨리 넣을 수가 없었지. 큐는 아래를 풀어주는 본드의 귀에 애타게 속삭였어. 그냥요.. 빨리요.. 빨리.. 손가락이 들어온 것 만으로도 죽을 것 같은데 본드는 기다려 보라며 큐를 애타게 했어. 큐는 결국 간지러운 아래를 참지 못하고 본드의 손이 박힌 채로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어.



"아아응....!"


"난리 났구만..."



본드의 손가락을 조이며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큐를 보자 머리 끝까지 자극을 받은 본드가 꼼꼼하게 풀어주는 것을 포기했지. 본드는 큐의 허리를 들어 구멍에 자기 것을 조준하고 큐의 엉덩이를 아래로 내리며 귀를 빨았어. 귓바퀴에 본드의 혀가 돌아다니자 미칠듯이 자극받은 큐가 들어오고 있는 본드의 것에 또 발정액을 한움큼 쏟아놨지.



"아주 잘 하는 짓이야. 응? 큐.. 임산부라 봐주려고 했더니.. 들어가기 전에도 이렇게 쏟아놓고. 아주.. 훅....어? "


"아..아응..! 아.. 아! 너무 깊..아!"



본드가 뿌리까지 한번에 삽입하자 큐가 일순간 고통스러운 표정을 했지. 그러나 오랜만에 맛보는 큐의 구멍은 본드를 더 꽉 물고 놔주질 않았어. 그리고 스스로 수축하며 본드의 것에 적응했지. 히트사이클의 오메가라는 특수성을 배제하고서도 둘은 속궁합이 잘 맞는 편이었어. 본드는 하얀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간 것을 큐의 안에서 뭉근히 돌렸어. 큐는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매달렸지. 하지만 짓궂은 본드가 움직이지 않자 큐는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었어.



"움직여요. 응? 움직여.."


"너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도 해서 움직일 힘도 없다."


"아.. 빨리.. 응? 못참겠어. 빨리..."



본드는 올라탄 큐의 엉덩이를 철썩 후려치며 말했지. 오랜만에 특기 좀 발휘해봐. 큐는 원망스럽게 쏘아보다가 곧 본드의 목에 매달려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어. 큐는 아랫배와 구멍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엉덩이를 움직였지. 처음엔 천천히 움직이다가 본드의 것이 포인트를 찌르기 시작하자 속도가 정신없이 빨라졌어. 본드는 미친듯이 색을 쓰는 큐의 몸을 지탱하며 휘파람을 불었지. 곧 혼자 절정을 맞아 본드의 배에 포말을 뿜으며 앞으로 쓰러지는 큐를 본드가 받아안고 바로 밑에서 쳐올렸어.



"아악! 아.. 아악!!! 아! 아!"


"널.. 흡.. 누가.. 어? 공부만 했다고 생각하겠어. 어?"



밑에서 쳐올리기 시작하는 본드의 것이 배를 뚫고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 큐는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감싸고 본드에게 애원했어.



"안..흡...! 본드.. 응.. 안돼요.. 너무 깊어."


"왜 이렇게 겁먹어.. 응? 애 때문에?"



순간 욱한 본드가 더 강하게 쳐올렸지. 큐는 비명을 지르며 본드에게 안겼어. 본드는 아예 큐의 허리를 붙잡고 찍어누르며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지. 큐는 안된다고 하는게 더 역효과를 부른다는 걸 알고 본드의 턱을 핥으며 부탁했어. 제발... 제발.. 응? 아플까봐 그래요.. 아픈 것 같아요.. 응? 본드.. 피날 것 같아..  마음이 좀 누그러진 본드가 소파에 큐를 엎드려 눕히고 뒤에서 찔러 들어갔지. 무릎을 세우고 몸을 지탱한 큐는 푹신한 소파 때문에 자꾸 팔이 꺾이면서도 본드의 속도를 잘 참아냈어. 둘의 돌출부와 흡입구 사이에서 포말이 번졌지. 둘의 움직임 때문에 하얗게 거품이 난 발정액이 둘의 허벅지를 온통 적셨어. 큐의 쏙 들어간 허리에 아찔하게 시각적 자극을 받은 본드가 마지막으로 끝까지 박아 넣은 후 사정했어. 흐아아압....  앞으로 쓰러지는 큐의 매끈하게 빛나는 등을 혀를 세워 핥으며 본드가 2차전을 준비했지.



2차전은 침대 위에서였어. 얼굴 보고 하고 싶다는 큐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이번엔 정상위였지. 큐는 본드의 것을 뒤로 삼키며 계속 본드에게 속삭였어. 눈 마주쳐줘요. 머리 쓸어줘요. 거기 조금 아파요. 거기 말고 거기.. 흐읍.... 또 한 번 절정을 맞는 큐가 온몸을 웅크러뜨리며 동그랗게 허리를 말았지. 본드는 잔뜩 오므라든 큐의 몸 중 가장 가운데를 찌르며 말했어. 너 왜이렇게 맛있어. 이런거 어디서 배웠어. 다리 좀 더 벌려. 큐는 본드의 귀와 등허리, 엉덩이를 정신없이 매만지며 속삭였어. 당신이 다 가르쳤어.. 응? 니가 나 이렇게 만들었잖아.. 큐의 반말에 자극받은 본드가 허리에 걸려있던 큐의 다리를 어깨에 걸친 채 아래를 잠시 뺐어. 얼마나 꽉 조이고 있었는지 ㅅㄱ를 뺄때 뽁 소리가 났지. 큐는 다가올 삽입에 대한 기대로 혀를 내밀어서 입술을 적셨어. 본드는 정신없이 그런 큐의 얼굴을 보며 말했어.



"너 그럴 때마다..."


"으응... 아... 본드..."


"진짜 다 먹어버리고 싶어.."


"너 니 밑에 ..나 깔아놓고 내가 가는 얼굴 좋아하잖아... 나 먹으면 이제 그거 못보잖아.. 그냥 키스해줘.."



눈을 가늘게 뜬 큐가 본드에게 키스를 졸랐어. 본드는 그런 큐가 얄미워서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삽입하며 무릎에 키스했지. 큐는 사정없이 밑을 찔리며 신음했어. 앗.. 앗..압..아..앗...흡.. 너무 빨라. 응.. 으응.. 본드는 큐의 오른쪽 다리를 위로 세워 무릎 뒤의 여린 살을 핥아댔어. 큐는 눈도 제대로 못뜨고 신음했지. 그런 큐의 볼을 본드가 툭툭 쳤어.



"눈 떠. 눈.."


"하압..으응.. 아.. 너무 좋아.. 아...!"


"내가 니 그런 얼굴 좋아하잖아. 눈 감지 마. 가는 표정 보여줘야지."


"하아..아..아!!!! 아읍..!"



반쯤 풀린 눈의 큐가 눈을 감을 때마다 본드가 눈을 뜨라고 강요하는 통에 큐는 계속 뒤로 넘어가려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지. 계속 정면으로 쳐다보려고 노력하는 큐의 빨개진 볼을 매만지며 본드가 말했어.



"너 눈 뜨고 나 볼 때마다 엄청 조이는거 알아?"


"무서워서 그렇지.."


"뭐가.. 흡.. 무서운데. 어?"


"눈이 너무 파래서 무서..흡... 흐아압.. 나 지금..! 으!!"



본드가 이를 악물고 허리를 쳐올렸지. 고지에 다다르자 큐가 정신없이 본드의 등에 매달렸어. 곧 본드의 낮은 신음소리가 방 안에 울리고 한박자 늦게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을 헉헉거리고 쉬어대는 큐의 숨소리가 들렸지. 본드가 안에 두 번째로 파정하자 큐의 하반신을 잔뜩 달궜던 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어. 큐는 한결 맑아진 정신으로 본드에게 물었어.



"나 혹시.. 아래에서 피나나 봐줘요."



본드는 깊숙히 들어갔던 ㅅㄱ를 뺐지. 큐의 구멍과 본드의 ㅅㄱ 사이에 하얀 점액이 쭉 늘어졌어. 피는 비치지 않는 것 같았어.



"힘줘봐."



큐는 조심조심 아랫배에 힘을 줬지. 울컥 하며 쏟아져나오는 본드의 ㅈㅇ에 피는 비치지 않았어. 본드는 그 모습에 자극받았지. 그리고 빨갛게 부어있는 큐의 구멍 위에 방금 싸고 나온 ㅈㅇ을 귀두로 뭉갰어.



"으으응....."



쩟쩟거리는 젖은 소리가 나자 큐가 허리를 비틀며 안달했어. 끓고 있는 속을 채워주기는 커녕 본드가 입구에서만 놀았기 때문이지. 구멍 주름에 ㄱㄷ를 비벼대는 본드에게 애가 탄 큐가 본드의 어깨를 밀어 넘어뜨리고 위로 올라갔어. 큐와 손깍지를 낀 본드가 어디 한 번 맘대로 해보라는 듯 가만히 누웠지. 큐는 본드의 것 위로 엉덩이를 내리며 진저리를 쳤어. 확실히 열이 꽤 식었는지 아까보다는 훨씬 느린 템포로 엉덩이를 움직였어. 둘은 그렇게 천천히 절정까지 함께했어. 절정의 끝에서 온 몸이 새빨개진 큐가 본드를 내려다보며 말했어.



"내가 다.. 내가 다 잘못..흡.. 했어요..."


"후..나도 미안해."


"내 마음대로..흡.... 당신 싫다는데... 임신한 거랑.."


"...."



"또.. 아응...! 말 안한거..."



"괜찮아. 그냥 다..."



"아흡..! 으! 아으!!!!!"




절정에 달한 큐가 본드의 위로 쓰러졌어. 본드는 그런 큐를 받아안으며 또 한 번 ㅈㅇ을 큐의 안에 쏘아넣었지. 뱃속에 뿌려지는 본드의 ㅈㅇ을 느끼며 큐가 본드의 볼에 얼굴을 느릿하게 부볐어. 그리고 천천히 말했어.



"당신 아이.. 있는지도 모르고.. 죽일 뻔한 거.. 그게 가장 많이 미안해요.."



큐의 등을 쓸어주던 본드의 눈이 크게 뜨였어.










 

 

부부는 속궁합이 좋아야지

 

 


2013.08.15 (15:35:24)
474d5
모바일
선생님... 선생님 드디어!!!!! 드디어 꽈배기 수인들이 정신을 차리는군요!!!! 아나 선생님 근데 끊는 타이밍이 너무 자비리스 하세요ㅠㅠㅠㅠ
[Code: 8287]
2013.08.15 (15:37:27)
af7a1

ㅠㅠㅠㅠㅠㅠ선생님 여기서 뵙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25a]
2013.08.15 (15:53:54)
c8581
모바일
...선생님! 저랑 살아요......
[Code: baf5]
2013.08.15 (16:02:57)
eda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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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ㅠㅠㅠㅠㅠ 그래서 어나더는 언제인가요ㅠㅠㅠㅠ 어나더(짝) 어나더(짝)
[Code: f76c]
2013.08.15 (16:29:59)
b2565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드디어 본드가 알았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본드 이 시발놈 개새끼야ㅠㅠㅠㅠㅠㅠㅠ
[Code: 7d86]
2013.08.15 (16:46:38)
392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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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선생님만세.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
[Code: b2b0]
2013.08.15 (17:09:37)
0c9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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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빠 어서 낳으세요ㅜㅠㅜㅠ엉엉 본시발이 어서 본닦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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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5 (17:29:19)
21c7a

선생님 사랑해요ㅠㅠㅠㅠㅠ

[Code: c106]
2013.08.15 (17:54:34)
f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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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ㅇ 선생님 얼른 행쇼하는 모습 보고싶어요ㅠㅠㅠ어나더요ㅠㅠㅠㅠㅠ
[Code: ed2b]
2013.08.15 (19:38:44)
1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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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ㅜㅠㅠ진짜최고의무순이에요ㅠㅠㅠㅠ
[Code: 4566]
2013.08.15 (22:33:56)
7c7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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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놔주지 않을 거야......
[Code: d6b5]
2013.08.16 (03:53:14)
7c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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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랑해요 100편까지 써주세요..
[Code: 485e]
2013.08.18 (18:38:18)
bd8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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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요 선생님..!
[Code: a2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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