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는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고, 간간히 Q를 째려보았다.
Q는 오랜만에 가지는 관계에 본성을 드러내 평소보다 더 심하게 박아댔던 것도 있었기에 본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본드, 괜찮아?
으..참을만 하네요.
너 정말 괜찮은거 맞아..?
그렇게 제가 걱정되면 시말서라도 대신 써 주-
됐다 이녀석아.


실실 웃으며 시말서를 대신 써달라는 본드의 말에 Q는 곧바로 부축하던 손을 거두었고 본드는 더욱 엄살을 부렸다.
결국 Q가 더블오섹션까지 본드를 데려다주었고, 본드는 Q브랜치로 가려는 Q에게 끝까지 시말서 써달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Q는 단호하게 거절했으나 본드가 사내 메신저로 테러를 하는 바람에 결국 두손두발 다들어야 했다.


사실 사내 메신저로 테러를 한건 금방 무시를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말로리가 직접 Q 브랜치로 와서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하는 날이었고,
Q는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MI6 메인 스크린이라 할 수 있는 Q 브랜치의 중앙 스크린에 띄워놓고 있었다는게 문제였다.


[Q님.]
[QQQQQQQQQ님.]
[어라, 제 말 씹을거에요?] 
[이 아저씨 나쁜아저씨네]
[ㅗ^o^ㅗ 이거나 먹어요]
[허]


지금 더블오세븐한테서 메세지가 오는건가?
어..그렇긴 하지만 일단- 계속 하겠습니다, 국장님.


말로리는 화면 아래에 뜨는 메세지의 내용을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렸고 Q는 메신저에 꽂힌 말로리의 시선을 얼른 다른 컴퓨터 코드로 돌렸다.
그리고 반드시 점심시간에 더블오섹션에 찾아가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지 몇초 지났을까.


[아저씨 자꾸 제 말 씹으면 어젯밤 있었던 일 다 말해버릴거에요.]


라는 본드의 메세지를 Q가 스크린을 등지고 있었기에 못본 것은 길이길이 후회하리라.
말로리를 비롯한 다른 요원들은 Q의 내용엔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엉뚱한 본드의 메세지에 쏠렸으니.
처음에는 잔소리를 하던 말로리도 어느새 메세지의 내용에 빠져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제 허벅지가 제일 좋다면서요.]
[어제 내 손목 묶으면서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요?]
[빨아. 이랬잖아요. 그래서 빨아줬잖아. 뭐가 문젠데.]
[이 아저씨야. 목구멍까지 그렇게 찔러넣으면 내가 어떻게 빨아?]
[그리고 나 혼자 해보라며. 그래서 흔들었잖아. 나 지금 허리에 찜질하고 있거든요?]
[또! 어제 안에다가 하고 싶다고 해서 안에 했잖아. 나 아직도 젖은거같아.]
[와, 이래도 씹으시겠다? 얼른 내 시말서 안써줄거에요?]


Q는 이쯤에서 뒤를 돌아봤고 스크린에는 마지막 메세지만이 띄워져있었다.
본드가 크게 사고를 치지 않았다고 생각한 Q는 나름 안심하며 다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나 아저씨랑 안할거야. 이 비매너야. 어제 해달라는거 다 해준다며.]
[그리고 월터 미반납 5회 이용권 확실히 줄거죠?]
[<- 이것이 바로 나쁜 사람의 표본입니다, 표본.]


본드가 보낸 화살표 바로 옆에는 수신자인 Q의 프로필 사진이 떠있었다.
그 메세지를 본 모두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이상, Q 브랜치 보고를 마칩니다.


Q의 인사를 끝으로 프리젠테이션은 끝이 났고 모두들 격하게 박수를 쳐댔다.
잠시 어리둥절한 Q였지만 껄껄 웃으며 Q 브랜치 예산을 늘려주겠다는 말로리의 대답에 Q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고, Q 브랜치 예산을 늘린 것에 대한 뿌듯함으로 가득 찬 Q가 
오늘 하루도 뿌듯하겠다며 목을 몇 번 푼 뒤, 본드가 그동안 어떤 메세지를 보냈을까 확인차 메신저에 들어갔다.


허어, 제임스 본드.


Q의 탄식과도 같은 소리에 그 모습을 다 지켜보았던 Q 브랜치 요원들은 잠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하지만 중간중간 끅끅 대며 웃음을 참는 소리도 들렸으니 Q는 이 메세지들이 모든 요원들에게(심지어는 말로리에게도) 다 보여졌음을 직감했다.


오늘은 모두들 일찍 들어가세요. 정시보다 다섯시간 일찍 가도 제 재량으로 정시퇴근한 것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웃으면서 말하는 Q의 살벌한 말에 모두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움직이던 것을 멈추었다.


예산도 늘었으니 오늘 목표는 달성했네요. 그러니까 가도 좋다는 말입니다.
저기..쿼터마스터님..
가라면 가세요. 끝까지, 남기 싫으면.


아무리해도 다섯시간 일찍 퇴근(이면 1시)은 무리다 싶은 한 요원이 Q에게 질문을 하려 손을 들은 순간,
Q는 브랜치에 소리가 울리게 노트북을 닫아버리며 친절한 한마디를 남겼다.
Q 브랜치 요원들은 오랜만에 보는 Q의 절제된 화난 모습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다들 끝나고 무엇을 할지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Q가 노트북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본드에게 보낸 메세지는 이러했다.


[오늘 6시, 퇴근하지 말고 4층 훈련실로 오도록. 간단한 체력 검사 및 신무기 테스트가 있을 예정임.]


본드는 드디어 Q가 답장을 했다는 기쁨에 단숨에 메세지를 열어보았지만 곧이어 Q의 살벌한 메세지에 메세지 테러를 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곧 내일이 출근을 하지 않는 토요일인 것도 기억이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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