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님- 저 복귀했어요.
어, 왔어. 월터는?
...퇴근하고 뭐하세요?
뭐?
그, 그러니까 퇴근하시면 같이 저녁 식사..라..도 할까 해서요..
본드.
밖! 에서요..


안경 쓴 눈에 힘을 팍 준 Q의 눈치를 보던 본드는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고, Q는 속으로 뭐라 둘러댈지 생각하는 본드가 뻔히 보였기에 손을 내둘렀다.


됐어. 다음부터 잘 반납하기나 해.
Q-님-


Q가 김 샌 웃음을 짓자 그제야 본드가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Q의 이름을 길게 늘려부르며 Q에게 안겨왔다.


저리 안가? 여기 브랜치 요원들 안보여?
그래도- 우리 오랜만이잖아요.
어허, 제임스.


Q가 짐짓 어린아이 대하듯 씁 소리를 내자 그제야 본드가 헤헤거리며 Q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
Q 브랜치 요원들은 그저 Q의 눈치를 보며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시킨 척 힐끔힐끔 본드를 쳐다보고 있었고.


Q는 Q 브랜치 헤드가 되기 전, 살인면허를 부여받았던 요원 중 한명이었다.
본드처럼 몸으로 들이받기보다는 주로 사격이나 첩보에 능한 요원이었기에 그의 왜소한 몸은 그렇게 불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1급 작전 중 같이 임무를 나갔던 서포트 요원의 배신으로 Q는 테러조직에 끌려갔고 일주일간 심한 고문을 당했었다.
그 이후로 시력을 거의 잃었고, 본부에서 뒤늦게 파견한 몇몇의 응급요원들에게 구출되어 본부로 돌아와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영국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의료진의 수술을 받은 덕에 Q의 시력은 간신히 안경을 쓰고 다닐 정도까진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안경없이는 거의 장님과도 같았기에 Q는 제 생명과도 같은 안경을 꼭 챙겨다녔다.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Q는 결국 살인면허를 반납하고 내근직 요원으로 돌아와야 했으며,
전대 M의 배려로 Q 브랜치의 헤드로써 다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새파랗게 어린 더블오세븐을 백업하게 되고 첫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본드의 끈질긴 작업으로 결국 연인 아닌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매번 무기는 어디다 팔아치우고 오는지는 몰라도, 그래도 저 좋다고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는 본드가 싫지만은 않았었으니까.


Q님! Q님! 그럼 이따가 기다릴게요- 퇴근하고 봐요!


방금 임무에서 복귀해와놓고 지치지도 않는지 본드는 Q의 얼굴에 쪽쪽 대다가 손을 크게 흔들고 Q 브랜치를 나갔다.
본드의 요란한 퇴장 이후 다시 정적에 찾아온 Q 브랜치에는 Q의 냉랭한 말 한마디가 낮게 울렸다.


요즘 애들은 다 저런가.


그로부터 몇시간 뒤, Q는 모든 요원들을 퇴근시키고 혼자서 뒷정리를 끝냈다. 시간을 보니 예정된 퇴근시간보다 한 시간이 늦었네.
Q는 아차 하는 마음에 서둘러 브랜치를 셧다운 하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채 본부를 빠져나왔다.
밖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고, 검은 우산을 든 남자가 혼자 MI6 본부 앞에 서있었다.
Q는 단번에 그 남자가 본드임을 직감했다.


본드?
Q님! 왜이렇게 늦게 나와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세요?
미안해. 그러니까 이자식아, 니가 월터를 아무데나 내팽개치고 와서 늦는거잖아.
그건 그거고오- 우리 밥먹으러가요, 밥. 내가 좋은데 하나 알아놨어.
어쭈 이게 은근슬쩍 반말이다?
아 오늘따라 배가고프네요, 그치?


본드와의 저녁식사는 나름 최고였다. 
단지 스테이크를 씹을 때 녀석의 표정이 쓸데없이 멋지다는 게 문제였지만.
잠시동안 Q의 머릿속에선 이와 같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본드가 입을 열자 그 생각은 얼음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으어, 이 와인 꽤 괜찮죠?
니가 무슨 아저씨냐? 왜 그런 소릴내?
쿼터마스터야말로 아저씨 티 내지 말아요.
뭐?
애인이랑 식사하는데 이런 소리도 못내나.
너, 이따가 가만 안둔다.
흥. 자꾸만 이렇게 나 협박할거에요? 어휴, 우리 아저씨. 또 삐질라. 그래요, 오늘은 아저씨 마음대로 해요.


저 깝죽대는 걸 어째. Q는 오늘도 속으로 이마를 짚었지만 곧 저 녀석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에 스테이크를 와구와구 씹었다.
약간 알딸딸한 술기운도 있는데다가 배도 부르겠다, 본드와 Q는 플랫에 들어오자마자 서로의 얼굴을 부여잡고 키스를 하기 바빴다.
Q는 손을 들어 본드의 넥타이부터 풀러내기 급급했고 본드는 오늘은 원하는대로 해줄테니 천천히 하라며 스스로 벨트를 풀러버렸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하니 그동안 쌓인 것들이 많았던 둘은 그렇게 새벽까지 서로를 물고 빨아댔다.
하지만 둘이 나란히 지각한건 슬픈 이야기.

2013.09.22 (00:15:29)
3d214

본드 졸귀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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