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로 q 안경 망가져서 본드가 돌봐주는거 보고 싶다

 

 

본드는 큐가 언제쯤 자길 발견할까 하는 마음에 작은 랩톱에 시선을 고정하고 걸어 오는 큐를 보면서도 비켜 서지 않았어. 사실 본드는 더블 오 요원이라는 걸 빼더라도 외모로든 차림새로든 풍기는 분위기로든, 언제 어디서나 사람의 시선을 끄는 편이고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아. 더욱이 MI6에 들어서면 전설의 더블 오 요원이라는 것 때문에 선망이든 질투든 그 시선들이 한층 더 몰리기 마련이지. 특히 오늘처럼 어려운 임무를 해결하고 온 날이면 말 없이 걸어도 시선이 몰려.

 

그런데 저 삐쩍 마른 쿼터마스터는 자기가 큐브랜치에 들어선지 벌써 몇 분이 지났는데, 브랜치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길 바라보고 있는데 도통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질 않아. 마지막 인이어 통신 때 발터를 잃어버렸다고 한 것 때문에 삐져서 일부러 못 본 척 하는건가 싶었지만 오기로 서서 지켜본 결과 정말로 자신이 온 것을 모르는 듯 해.

 

괜히 자존심이 상한 본드는 계속 큐브랜치 문 근처에 서 있다가 나가려는 듯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큐를 보고 이 때다 싶어 버티고 서겠지. 자길 발견하고 놀라면 뭐라고 받아칠까 즐거운 상상까지 하는데 큐는 끝까지 본드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해서 충돌하게 돼.

 

 

아!

 

 

본드는 랩톱에 시선을 고정한 큐가 코 앞으로까지 와도 설마 마지막엔 발견하겠지 싶어서 치킨 레이스라도 하듯 버티고 섰고 결국 랩톱을 보느라 고개를 살짝 숙인채 걷던 큐는 본드의 어깨에 얼굴을 부딪치며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뒤로 넘어가. 뛰어 오다가 부딫친것도 아닌데 크게 흔들리며 기우뚱 넘어가는 큐의 몸에 놀란 본드가 황급히 마른 몸을 붙잡겠지.

 

 

 

... 넘어질 것 같으면 랩톱을 놔야 하는 것 아닌가, 큐. 안에 중요한 정보라도 들어 있나?

 

그렇긴 하지만 백업해놨죠. 세상 사람 모두가 당신 처럼 귀신 같은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 하지 마세요, 더블 오 세븐.

 

 

잘 못 하면 뒤로 넘어져 머리를 찧었을지도 모르는데 품 안에 랩톱을 꼭 껴안고 있는 큐의 모습에 왠지 짜증이 난 본드가 지적하자 그제야 본드의 존재를 인식한 큐가 대답해. 내 순발력이 좋은것 보단 네 순발력이 나쁘다곤 생각 못 하냐며 받아치려던 본드는 끙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대뜸 건네진 랩톱을 얼떨결에 받아 들어.

 

 

중요한 정보가 들었다면서 나한테 줘도 돼?

 

그 안의 정보가 아무리 중요한들 저 자신보다 중요하진 않거든요. 제일 좋은 pc는 이거라서요.

 

 

큐가 뻔뻔스레 제 머리를 톡톡 가리킨 후 그대로 손을 내려 안경을 벗고 코와 미간 사이를 문질러. 본드는 큐가 안경을 살피기 위해 얼굴을 문지르던 손을 내린 후에야 부딪치면서 안경에 눌려 긁힌 상처가 나고 끝이 빨갛게 변한 코를 보겠지.

 

 

안경 망가졌잖아요.

 

내 탓 하는 거야, 큐?

 

더블 오 세븐이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요.

 

앞도 안 보고 걷던 네 탓이라고 생각하진 않고?

 

안 하는데요.

 

 

이번에도 뻔뻔하게 답한 큐는 구부러진 안경 다리를 이리 저리 매만지다가 균형을 확인하려는 듯 책상 위에 올려 놓고자 다가가다 책상 모서리에 호되게 무릎을 박아. 뼈 밖에 없는 것 같은 마른 다리가 뾰족한 책상 모서리에 사정없이 박히는 소리에 슬쩍 상황을 보던 브랜치 사람들 몇몇이 어후-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렸지. 정작 큐는 찌르르한 통증에 비명도 못 지르고 말 없이 주저 앉아 부딪친 다리를 감싸 안고 끙끙거릴거야.

 

 

거 봐. 네가 앞 제대로 안 보고 칠칠맞게 다니니까 여기 저기 부딪치는거 아냐.

 

...지금 건 안경이 없어서 그런거에요. 전 시력이 많이 나쁘다고요.

 

얼마나 나쁘길래 바로 앞의 책상도 못 봐?

 

 

본드가 쯧쯧 혀를 차면서 주저 앉은 큐를 살피고자 비슷하게 자세를 낮춰. 그런데 본드 때문에 넘어질뻔하고, 안경 망가지고, 다리까지 다친 큐로선 짜증이 나서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채 얼굴을 불쑥 디밀겠지. 본드는 항상 두꺼운 안경 너머로 봤던 새초롬한 녹색 눈이 통증에 물기까지 머금고 코 앞으로 다가오자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딱 굳어져.

 

 

.... !

 

이 정도 거리여야 보인다고 할 수 있죠.

 

...심...각하군.

 

심각한 정도가 아니에요, 더블 오 세븐. 렌즈도, 안경도 제 시력에 맞추려면 주문 제작 해야 해서 아무리 빨라도 이틀은 걸려요. 일은 커녕 일상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을거라고요.

 

... 그럼 내 잘 못이니 내가 돌봐줄께.

 

네?

 

 

 

본드는 스카이폴 이후 몇 번 더 큐의 백업을 받으며 활동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큐를 보는 건 처음이란 생각을 해. 푸릇하게 수염 자국이 보이는데도 어려보이는 얼굴과 매끄러운 피부, 안경으로 가리긴 아까운 눈과 화장이라도 한 듯 한 입술을 자기도 모르게 하나 하나 뜯어보며 대답하겠지.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나온 듯, 내뱉고 나서 스스로도 놀랐지만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큐의 표정을 보는게 즐거워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말할거야.

 

 

내가 널 돌봐줄께, 큐.

 

무슨... 무-, 무슨 짓이에요! 내려주세요, 더블 오 세븐!

 

 

본드는 주저 앉은 자세에서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큐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쑥 넣어 아기 들어올리듯 안아 올려 제 팔 위에 앉힌 후 큐가 항상 서 있던, 브랜치 중앙 자리로 향해. 당황해서 자신의 어깨를 치는 주먹의 위력이 여자만도 못하다는 것과 키는 자신과 비슷한 정도인데도 무게가 너무 가볍다는 것, 놀란 와중에도 꼬박 꼬박 더블 오 세븐이라며 긴 코드명을 외치는 큐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꿋꿋하게 큐를 안아들고 브랜치 중앙 테이블 위에 앉히겠지. 그나마 닿아 오는 엉덩이가 마른 몸에 비해 통통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거야.

 

 

또 걷다가 어디 부딪치거나 넘어지면 안 되니까. MI6에서 가장 중요한 pc라며.

 

 

본드는 아까 큐가 했던 것을 흉내내기라도 하 듯 큐의 머리를 손 끝으로 톡톡 칠거야. 정신 없이 뻗친 곱슬 머리는 볼 땐 조금만 손 대도 엉켜들 것 같았는데 의외로 만지고 보니 솜털마냥 보드랍다는 것에 감탄하겠지.

 

 

그래서 지금, 아니...  이틀 동안 절 들고 다닐거란 말은 아니겠죠.

 

싫어?

 

싫어요. 하지 마세요, 더블 오 세븐.

 

 

본드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큐를 톡톡 건드릴거야. 큐가 짜증스레 손을 휘두르겠지만 안 그래도 느린 반사신경에 눈까지 잘 안 보이니 허공을 휘적거리는 게 다겠지. 본드는 점점 더 즐거워질거야. 아직도 빨갛게 물들어 있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자신이 화났음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큐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겠지.

 

 

이럴게 아니라 집으로 가는 건 어때? 어차피 그 눈으로 일은 못 할 거 아냐.

 

제가 하루 쉬면 쌓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씻다가 미끄러지거나 밥 먹다가 다 흘릴지도 모르겠군. 아예 내 집에 오는 건 어때? 큐 네 말마따나 나 때문에 안경이 망가진거니까 확실하게 책임 져 주지. 자, 옷 입어. 큐.

 

지금 무슨... 제가 왜 더블 오 세븐 집에 가요! 내려 주세요!

 

 

본드는 재빨리 근처에 걸려 있던 큐의 꾸깃한 야상으로 감싸 안 듯 큐를 휘감고 번쩍 안아 들거야. 당황한 큐가 버둥거리면서 들려 나가면 가장 많은 일을 처리하던 쿼터마스터가 납치 되었으니 단체 야근을 직감한 큐브랜치 직원들이 속으로만 본드에게 쌍욕을 날리겠지.  멋대로 자기 집에 큐 데려온 본드가 잘 안 보여서 허우적 거리는 큐 살살 낚아다 잡아 먹었으면 좋겠다!

 


2013.09.20 (03:59:38)
a72ca

헤헤헤헤 좋다 헤헤헤헤

[Code: abcc]
2013.09.20 (13:26:49)
4ac43
모바일
잣죽쑤다가 얼굴 가까이대고 눈깜빡거리면서 속눈썹이 엉킬거리까지 와서 으르렁거리는 본드가 보고싶네요 선생님 외전 가시죠
[Code: df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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