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고민하던 Q는 어차피 자기에게 주어진 길은 하나라고 단정지었다.


이것을.. 맡아주시겠소?
폐하..
그대는 날 믿지않소? 나 또한 그대를 믿어 의심치않으니, 부디 이것을 맡아주시오. 허나, 절대 주군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시오.


Q가 기사에게 내민 것은 일기장이었다. 역시, 본드에게 들키지 말라는 약속도 덧붙였으니.
기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예를 갖추었다.
Q는 그렇게 자신이 소유한 마지막 물품 정리를 끝내버렸다.


눈물 젖은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Q는 굳게 잠겨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기겁했다.
그 말은. 본드의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주일의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으니.


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들어와 우두커니 서있던 Q의 양팔을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신발을 신을 수 조차도 없었고 옷을 정돈할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오직 일기장에 대한 생각만 가득할 뿐이렸다
본드의 앞에 끌려가 무릎이 꿇려질 때도. 역시 그러하였다.


그래, 어디 변명을 해보거라.


처음부터 비꼬는 말투인 본드는 왕좌에 기대 거만하게 앉아 무릎꿇은 Q의 왜소한 몸을 내려다보았다.
Q는 그저 고개만 숙인 채, 대답할 거리를 찾아헤멨다.
본드는 인내심있게 기다렸다. 그 다음의 희열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약간의 희생은 필요한 법.


할 말이 없는 것이냐? 대답을 하지 않을 시 넌 그대로 처형장에 끌려가게 될 것이다.
폐하...저는..전..


이제 진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한 Q는 가까스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들어 본드를 마주했다.
차갑게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푸른 눈과 마주치자 그것에 반응하듯 눈물이 똑 떨어져내렸다.


이제와서 나에게 눈물로 호소하는건가.
...아닙니다..절대..그런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무엇이냐!!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겠다는 심산이냐?!


본드가 벌떡 일어나 역정을 냈다. 펄럭이는 황금빛 옷자락이 매섭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휘감았다.
Q는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조금이나마 품위를 지킬 수 있다는 것도.


폐하께. 거짓을 고했습니다..
왜? 일주일동안 꾸며낼 말이 그리도 없더냐?
...제 잘못에 대한 벌을 받겠습니다. 폐하.


본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비웃음을 내비쳤지만 한편으론 무언가 Q가 숨기는 것이 있는 표정이기에 섣불리 사형 명령을 내리기가 꺼림직했다.
그러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모든 대신들의 눈이 있기에 명령을 내려야 했다.


죄인을 형장으로 데려가 준비를 해놓거라. 내 직접 참관할테니.
명 받들겠습니다, 폐하.


기사들이 본드에게 예를 갖추고 허망한 표정으로 무릎 꿇은 Q를 데려갔다.
Q는 끌려가는 내내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록 눈동자만큼은 본드에게 고정시켜 무언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듯 보였다.
본드는 너무나도 선명히 보이는 Q의 눈동자에 기분이 나빠져버렸다.
하지만 곧바로 대관식이 진행되어야 했기에 그런 감정에 얽매일 수 없었다.


형장에 끌려간 Q는 무릎꿇려졌다. Q의 앞으로 몇명의 시녀와 기사들이 끌려올라왔고 그들도 똑같이 무릎이 꿇렸다.
Q는 어렵지 않게 그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팠던 Q를 보필하고 숨겨주었던 용기있는 자들이었다. 또한 Q는 몰랐지만 그동안 몰래 Q를 모셨던 자들 또한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었나.
Q는 자조적인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혹여 그들 중 Q가 일기장을 맡긴 기사가 있는지 살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기장 역시 몰수당할 것이고 내용이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니.
하지만 다행히 그 기사는 없었으매 Q는 약간의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를 보필하려다가 목숨을 잃게 된 자들이니, Q는 당장 멈추게하고 싶었지만 저것 역시 본드의 명령이니 Q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이냐.


기사 한명이 먼저 끌려나가 처형대에 목이 올려졌다.
집행인은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고 눈깜짝할새 기사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곧이어 다른 기사가 끌려나갔고 그렇게 몇명의 목이 단숨에 잘려나갔다.
저멀리 왕의 깃발이 보였으니 본드의 대관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Q가 처형될 때 쯤이면 본드가 여기 쯤 와있을 터, Q는 본드의 치밀한 계산에 허탈한 웃음만 내뱉었다.
그래도 위안이라면 사랑하던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고 죽을 수 있다는 것.


먼저 죽어나간 다른 사람들의 피가 지저분하게 Q의 얼굴과 옷에 튀었다.
그것은 곧 Q의 차례가 온다는 것이었으니.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시녀 한명의 목이 잘려나가고 드디어 형장에는 Q만 오롯이 남았다.
어찌된 일인지 이미 당도했어야할 왕의 깃발은 오지 않았고, Q는 이대로 목이 잘리게 될 것이다.
본드를 마지막으로 보길 기다렸던 Q는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희망고문보단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게 품위를 지키는 것이겠지.

2013.09.18 (17:06:08)
8ce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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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돼여 안돼여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b7d]
2013.09.18 (17:20:06)
90e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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헠헠 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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